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의 신붓감을 찾기 위해 메소보타미아로 종을 보냅니다.
비록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그 상황에 딱 맞게 계시하신 것은 아니었으나,
아브라함은 이미 말씀하신 하나님의 뜻을 바탕으로,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앞서 가셔서 준비하실 것이라고 확신하며 종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기대와 예상대로 메소보타미아에서 이삭의 신붓감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종이 출발할 때 여호와의 사자는 이미 이날의 만남을 위해, 며칠, 몇 달이 아닌, 20여 년 전부터 리브가를 준비해오셨습니다.
우물가에서 아브라함의 종에게 보여준 리브가의 친절은 누군가 요 며칠 동안 마음을 만져주신다고 보일 수 있는 정도의 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 모습은 평소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선행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낙타 열 필에 주인의 좋은 것들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낙타 열 필을 혼자서 컨트롤할 수 없음과 안전의 문제를 생각해본다면 이 종은 분명 혼자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종과 일행들이 도착한 나홀의 성은 헤브론이나 브엘세바에서 직선거리로 750~800km 넘게 떨어진 곳입니다.
낙타를 타고 광야 길과 산맥을 따라 난 길로 이동한다면 꼬박 한 달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긴 여행에 지친 일행은 쉬고 싶었을 만도 한데, 나홀의 성에 도착하자마자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삭의 신붓감을 찾는 일에 돌입합니다.
중동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저녁 무렵 우물물을 길러 나오는 여인들 사이에서 아브라함의 종은 이삭의 짝을 찾아보려 합니다.
종은 하나님이 준비하신 여인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하나님께 구합니다.
여행에 지친 이방인에게 물을 건네고, 자신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자진하여 낙타들에게까지 물을 길어주겠다는 여인이라면,
하나님이 아브라함 가문을 위해 준비하신 신붓감으로 알겠노라 기도합니다. 

리브가는 종의 기도가 마치기 무섭게 우물에 물을 길으러 등장합니다.
물 좀 달라는 종의 요청에 리브가는 급히 물동이를 내려 물을 대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리브가의 눈에는 지쳐 있는 낙타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리브가는 한낱 미물이라도 은혜를 베풀어 줄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낙타에게 배불리 물을 마시게 하겠다는 그녀의 말은 정말 엄청난 헌신을 각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낙타는 배불리 마실 때 100리터 이상의 물을 마십니다.
게다가 낙타가 한 마리도 아닌 열 마리입니다.
플라스틱 말통이 아니라 흙으로 구운 도자기 항아리로 물을 길어 날라야 한다면 여간 힘겨운 작업이 아닙니다.
혼자서라면 쉬지 않고 일해도 5시간 이상 걸리는 중노동입니다.
종의 일행들이 함께 물을 길어야 낙타에게 물을 배불리 먹이는 일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리브가는 솔선수범으로 직접 물을 길으러 달려갑니다. 
당시에는 물이 귀했기에, 마을을 지나가는 이방인이 우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물에서 낙타 열 마리가 마실 만큼의 많은 물을 사용하기 위해선 성 중 사람들의 허락이 있어야 사용 가능했을 터입니다.
리브가가 힘들여 직접 물을 함께 길어주었던 것은 그녀의 깊은 배려였습니다.
리브가는 얼굴도, 몸도 건강할 뿐 아니라 마음도 현숙한 여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날의 만남을 위해 리브가를 오래도록 준비해놓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언제나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아브라함의 종과 리브가의 만남은 하나님의 준비하심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섭리하심 안에 운영됩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작정 안에서 계획되고 섭리 된 만남입니다.
오늘 내가 만난 이 사람이 나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오늘 내가 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선하신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섭리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위해 그를 준비해오셨고,
그를 위해 우리를 준비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실 하나님의 사람을 위해 일하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낙타 열 필을 모두 먹여야 한다는 책임과 부담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물 한 잔, 엘리베이터 안에서 먼저 건네는 인사 한번.
하나님이 우리 삶에 만나게 하신 사람들을 대접하며 사랑하는 일을 시작함으로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