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에서의 분노를 피해 그리고 신붓감을 찾기 위해 브엘세바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삼촌 라반이 있다는 하란을 찾아 북쪽으로 막연히 걷고 있는 중입니다.
야곱은 자신이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체 정처 없이 걷다가,
우물가에 모여있는 양치기들을 만납니다.
우연히 만난 양치기들은 자신들이 하란에서 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드디어 야곱은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하란에 도착하게 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때마침 그 자리에 라반의 딸 라헬도 양을 몰고 우물가로 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목자들의 말마따나 야곱의 눈에 저 멀리 양을 치며 다가오는 한 여자가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이끄심은 야곱에게 절묘한 순간을 만들어내셨습니다.

야곱은 그녀의 일거리를 돕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와 지난 여정에 대해 단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자들에게 얼른 그들의 양들에게 물을 먹이고 풀을 뜯기러 가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목자들은 야곱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싫다고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우물 때문이었습니다.
저수지처럼 우기 때의 물을 모아 놓고 사용하는 그 목축용 우물은 무겁고 큰 돌로 막혀 있었습니다.
양 떼들에게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해서는 입구를 막고 있는 큰 돌을 치워야만 했는데,
서너명의 목자들로는 돌을 옮기지 못하기에 근처 모든 목자들이 모이기까지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모여 있는 양 무리가 셋이었다는 것은 양을 치는 목자도 세 명 이상이었다는 말입니다.
건장한 남자 셋이서도 이 돌을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우물을 막고 있는 돌은 크고 무거웠습니다. 

햇빛으로 인한 우물물의 증발을 막거나, 사람과 동물의 실족을 방지하고,
우물의 오염을 막기 위한 용도라면 굳이 우물을 큰 바위로 막을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입니다.
나무로 문을 만들어 우물을 닫았어도 충분했겠지요.
그런데 굳이 나무로 만든 문이 아닌 크고 무거운 돌을 이용해 우물을 막았다는 것은
아무나 쉽게 이 우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외부인과 이방인에 대한 배타적 경계심이 아니고서는 바위로 우물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귀찮고 번거로우며 비효율적인 일이 분명합니다.
귀찮긴 하지만 매일 모든 목자들이 함께 모여 힘을 합쳐 바위를 치우고 물을 먹이고 다시 바위를 굴려 입구를 막는 일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외지인이 함부로 우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누군가 이 물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날마다 서로가 불편을 겪는 일을 감수하겠다는 심산입니다.
때때로 인간의 배타적 경계심과 적개심은, 자신의 수고와 노력과 맞바꾸어서라도, 이해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일을 감행하게 하고는 합니다.
혐오가 사랑보다도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하기에 일부 악인들은 혐오를 원동력으로 계략을 꾸미기도 합니다. 

그러나 야곱은 의외의 괴력을 보여줍니다.
장정 셋이서 엄두조차 내지 못한 그 바위를 혼자서 옮겨버립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라헬의 양들에게 물을 마시게 합니다.
그들의 배타적인 행동은 야곱의 힘으로 인해 무효화 되었습니다.
야곱은 어떻게 우물을 닫고 있던 그 큰 돌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야곱이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근육질의 남자였던 것일까?!
그러나 장정 셋이 들지 못하는 바위, 자신의 체중에 몇 배에 달하는 반석을 들어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야곱이 보여준 괴력은 탈인간급의 능력입니다.
마치 여호와의 영이 충만했던 삼손처럼,
여호와의 영이 함께 했던 소년 다윗처럼,
야곱은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로써 증명된 것이죠.
야곱은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사람이라는 것을,
여호와의 영에 감동되어 이끄심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증명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함께하는 사람들의 능력은 이와 같습니다.
교회의 능력은 배타적이고 적개심 가득한 바위를 옮깁니다.
여호와의 영은 혐오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계략들을 무효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와의 영에 이끄심을 받는 사람들을 통하여 닫힌 우물의 문을 열어버리십니다.
하나님과의 막힌 담을 허무셨던 그분께서는
우리의 비합리적 질서와 비효율적 행태와 억눌린 마음의 비틀어진 경계심을 단번에 허물어버리실 것입니다.
주께서 닫으시면 열 자가 없고, 주께서 여시면 닫을 자가 없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무덤을 닫고 있던 큰 돌을 여셨던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