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의 값으로 7년, 라헬의 값으로 7년, 도합 14년의 세월 동안 라반을 섬기며 그의 재산을 관리해온 야곱은
라반에게 가나안땅으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하며 허락을 구합니다.
그러나 야곱으로 인해 복을 받은 라반은 야곱을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반은 이제야 야곱에게 품삯을 받는 정당한 노동의 관계를 제안합니다.
사실 14년 동안 두 명의 아내와 2명의 첩, 11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 외에는 아무것도 소유한 것이 없는 야곱에게는
돌아가는 기간 동안 사용할 노잣돈조차 없었기에 돌아가는 일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라반의 제안은 상황을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받았던 노예 취급을 벗고 정당한 고용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라반은 야곱 때문에 자신이 복 받았음을 인정했으니 새로운 연봉 협상은 야곱에게 좀 더 유리하게 맺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또한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하고 스스로에게 불리한 제안을 합니다.
그것은 앞으로 라반의 양과 염소들 중에 얼룩이나 줄무늬, 점이 있는 가축들이 태어나면 그런 가축들을 품삯으로 받겠다는 제안입니다.
야곱과 라반이 유전학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목축의 경험으로 확률상 그것이 얼마나 불리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야곱은 아롱진 것과 점 있는 것은 미리 다 제외하고 새하얀 양들만 목축하겠노라고 하였으니,
그 말대로 하면 야곱은 99:1 정도의 압도적 불리함을 감안하고 품삯을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라반의 눈에 야곱은 바보로 보일 지경이었을 겁니다.
대체 야곱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야곱이 믿는 구석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당당하게 알록달록한 가축들을 품삯으로 받겠다고 하는 것인지
성경은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야곱의 이후 행보를 주목하게 합니다.
그런데 야곱의 비결이란, 믿는 구석이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나타납니다.
야곱은 버드나무, 살구나무, 신풍나무의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껍질을 벗겨 흰 막대기를 만들고, 그것을 물가에 세워둡니다.
벗겨낸 껍질을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것도 아니고, 그 껍질로 물들인 물을 먹이는 것도 아닌,
그저 흰 막대기를 바라보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때문인지 양과 염소들은 점 있는 것들이 가득 태어나게 됩니다.
독자들뿐 아니라 라헬과 레아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눈에도 기이한 일입니다.
야곱은 6년간 삼촌 라반을 섬기면서 끝끝내 나무껍질을 벗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그 누구에게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야곱은 6년간의 일을 마치고 가나안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내들을 설득할 때가 되어서야
나무껍질을 벗긴 행동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밝힙니다.
그것은 벧엘의 하나님만을 믿는 구석으로 삼고 있다는 야곱의 고백이요,
하나님께서 라반에게 라반으로 것으로 갚으실 것이라는 선포이자,
나의 인생과 재산은 나의 노력으로 쌓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세우실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라반을 말갛게 벗겨내실 벧엘의 하나님이야말로 버드나무, 살구나무, 신풍나무의 이름 속에 상징으로 감추어진 비밀이었던 것입니다.
나무껍질을 벗기는 행동은 야곱의 간절한 염원과 갈망을 무속적이고 미신적인 행동으로 토해낸 몸부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야곱은 마치 선지자처럼 특이한 행동으로서 하나님의 계획을 선언할만큼 하나님께서 자신의 인생과 재산을 책임지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내 집과 나의 재산은 하나님께서 세우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야곱은 라반의 것에 충성할 수 있었습니다.
꼼수나 인위적 교배로 자신의 재산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라반을 위해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신뢰하는 사람들은 간구의 염원을 담은 미신적 행위가 아닌 흔들리지 않는 성실함으로 자신의 믿는 바를 증명해내며 살아갑니다.
내 재산, 나의 것을 위하여 투쟁하는 삶이 아닌 작은 일에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로 여기고 충성을 다하여 섬깁니다.
신뢰와 확신의 믿음이란 몸부림이 아닌 성실함으로 드러나집니다.
예수 믿으세요.
나의 집을 세우시는 하나님께서 계시기에 우리는 치졸한 꼼수나 미신적 행태가 아닌 성실함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