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다음날이면 에서를 만나게 될 것을 짐작하고선 한밤중에 일어나 얍복 강을 건너려 합니다.
이미 잠들어버린 가족들을 모두 깨워 짐을 다시 싸서 출발합니다.
이는 아무래도 형 에서가 옷을 적시며 강을 건너오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는데까지 생각이 닿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야곱은 에서의 심기가 불편해질 어떤 요소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20년 만에 만나는 쌍둥이 형과의 만남에서 둘 사이에 그 어떤 것도 장애물로 남아있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마음의 벽을 없애고 싶었던 야곱은 번거롭지만, 한밤중에 일어나 짐을 싸고 모든 가족들을 데리고 강을 건넙니다.
사용된 동사를 보면 이때 야곱도 분명히 강을 건넜습니다.
아마도 어린 자녀들과 아내들의 안전을 위해 야곱은 여러 번 강을 오갔을 것입니다.
그리고선 남은 재산들도 모두 강 건너편으로 건너가게 하고
정작 자신은 마지막까지 흘린 짐은 없는지, 양 무리에서 낙오되어 배회하고 있는 양은 없는지 살피기 위해 강 이편에 홀로 남았습니다. 

강물 흐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야곱은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곧 야곱은 이곳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풀벌레 소리가 멈추며 누군가 야곱이 홀로되길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강물 소리 때문에 강 저편에선 아무도 야곱의 위태로운 상황을 알아차릴 수 없었습니다.
야곱은 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꺼내어 맞서 싸웁니다.
‘누구지?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내가 야곱임을 알고 공격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과 헷갈린 것은 아닐까?
단순 강도일까? 아니면 에서가 보낸 자객은 아닐까?’
수많은 질문이 야곱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누군지 모를 이 괴한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괴한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것인지 재산만을 노리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위험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자칫 강 건너 가족들의 안전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밤이 새도록 괴한과 필사의 싸움을 벌입니다. 

야곱은 이날 밤의 싸움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그러고 보면 야곱의 인생은 언제나 싸우는 삶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편애에 맞서,
삼촌의 욕심에 맞서,
에서 앞에서 들쑤셔지는 죄책감에 맞서,
야곱은 늘 다투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야곱은 오늘 밤의 이 싸움이 자신의 인생을 닮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바로 이때, 이 낯선 사람이 이 지지부진한 싸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승부수를 띄웁니다.
그는 야곱의 한쪽 골반뼈를 부수어뜨렸습니다.
사람의 온 체중을 감당하여 몸의 균형을 잡고 걷는 충격까지 모두 버티어낼 만큼 강한 뼈입니다.
힘의 근원이자 생명의 근원이라 할 만큼 중요한 곳인데, 단 한 번의 손길로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말인즉슨 이 낯선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상대였다는 뜻입니다.
사실 야곱과 비등한 수준이어서 밤새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낯선 사람에게 있어 야곱은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야곱에게 싸움을 걸어와 밤새 싸워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 야곱은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공격한 이 낯선 이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말입니다.
또한 평생 세상과 다투는 삶을 살았던 그의 모든 투쟁들이
사실 모두가 오늘 밤 싸움과 같이 전부 하나님을 향한 투쟁이고 싸움이었던 것을 말입니다.
왜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분을 내며 다투던 것은
사실 사람과 싸운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이끌어가시는 하나님께 대한 불만이자 투쟁이었습니다.

자신과 밤새 싸우던 존재가 하나님이심을 알게 된 야곱은 이제 그의 허리춤에 매달려 복을 간구합니다.
이후로부턴 평생을 지팡이에 의지하여 살아가게 된 야곱이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체중을 기대어 빌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하나님이 지팡이가 되어 주셔야 야곱은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바꾸어 주십니다.
하나님이 싸우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찾아와 싸움을 걸어주시는 인생은 복이 있습니다.
우릴 향한 사랑을 이기지 못하여 그 아들을 부수어 우릴 얻으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우리의 인생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입니다.
하나님이 싸움을 걸어주시면 우리는 다투는 인생에서 하나님께 기대어 사는 인생으로 바뀝니다. 
예수 믿으세요.
예수님은 우리로 하나님을 대면하여 살게 하려고 우리 대신 부서지는 골반이 되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