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짐승처럼 잔인무도한 형제들에 의해 요셉이 제거된 후, 성경은 유다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사실 요셉 사건을 통해 야곱의 가정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유다였습니다.
장자로서의 계승자가 사라졌으니 새로이 장자의 유력 후보자가 될 인물이 바로 유다였기 때문입니다.
요셉을 미디안 상인들의 손에 팔아버리고 올라선 그 자리가 유다로서도 편할 리 없었습니다.
형제들 눈앞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눈빛 앞에서 유다는 더 이상 양심의 부담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유다는 결국 형제들을 떠나 가나안 땅 깊숙이 들어가 가나안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갑니다.
유다는 자신의 범죄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형제들을 떠났으나,
그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이 자신의 죄악을 일시적으로 덮어두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범죄는 그를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였고, 동시에 가나안 문화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게 했습니다.
가나안땅 한복판에서 유다는 가나안 사람들과 교제하며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살아갑니다.
가나안 여인과의 사이에서 아들들도 태어납니다.
유다는 장자 엘을 다말이라는 소녀와 결혼시킵니다.
하지만 엘은 결혼한 지 얼마되지 못하여 갑작스레 사망하게 됩니다.
당시엔 혼자 된 여인이 홀로 살아갈 생계 수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죽은 남편의 형제들이 형수를 거두어 아들을 낳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럼 과부는 그렇게 얻게 된 아들을 통해 재산권을 얻게 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계대결혼이라 합니다.
이런 형제의 의무를 따라, 죽은 엘의 동생 오난이 다말에게 들어갑니다.
하지만 오난은 다말을 임신시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얻게 될 재산이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말과 동침한 것은 다말을 그저 노리개로 대우한 것과 같았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오난도 죽이셨습니다.
성경은 엘과 오난이 자신의 죄악 때문에 죽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유다에게 다말은 그저 아들 잡아먹는 며느리로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유다는 계대결혼 의무의 다음 계승자인 셀라를 약속과 달리 다말에게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다의 명령대로 친정집에 가있던 다말은 곧 유다에게 속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셀라가 성인식을 거칠 만큼 어른이 되었음에도 유다로부터 어떤 소식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계대결혼의 의무를 지닌 혈연관계상 가장 가까운 다음 차례 친족은 시아버지 유다였습니다.
이에 다말은 계획을 세웁니다.
그녀는 평소 시아버지 유다의 행실을 토대로 함정을 팝니다.
창녀로 변장하여 길목에서 기다리던 다말에게 예상대로 유다는 자기 며느리인 줄도 모른채 들어가려합니다.
다말은 유다에게 화대를 요구하고, 유다는 담보물로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내어줍니다.
도장은 신분증과 같습니다.
끈과 지팡이는 훔치거나 강제로 빼앗은 물건이 아님을 증명하는 물건들입니다.
며칠이 지나 유다는 친구를 통해, 창녀에게 약속한 화대를 지불하려 하지만 당연히 창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석달이 지나 유다의 귀에 며느리 다말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말 때문에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유다에게는 온갖 분노를 폭발하게 하는 소식이었습니다.
유다는 곧바로 다말을 불태워 죽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때 다말은 유다로부터 담보물로 받아두었던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꺼냅니다.
다말은 그 물건들을 유다에게 보내며 “누구의 것인지 보소서”하고 말합니다.
유다는 다말이 꺼낸 도장을 바라보며 그제야 자신의 신분을 똑바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신분은 죄인이었습니다.
유다는 “그녀가 나보다 옳다”고 인정하게 됩니다.
이는 다말이 무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녀는 거짓말로 사람을 속였고, 함정을 파고 사람을 유인했으며, 시아버지를 유혹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가 너무 커서 그녀의 허물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려져 버렸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유다의 위선이 드러났으나, 이런 죄의 폭로 사이에서 베레스가 태어납니다.
베레스란 이름은 찢고 나온다, 깨트리고 나온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악을 깨트리고 은혜로 채우시는 분입니다.
이 모든 죄악의 상황을 깨치고 나온 베레스의 이름은, 훗날 사람들이 룻과 보아스를 축복할 때,
스캔들로 얼룩진 창피한 이름이 아니라 죄악으로 망쳐진 것 같은 인생을 반전시킨 은혜의 이름으로 사용됩니다.
베레스를 통해 훗날 다윗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셨습니다.
하나님은 다말이 의로워서 베레스를 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다가 무죄해서 구속사의 혈통을 이어가게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다는 결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하나님의 약속이 유다를 굴복시켜 지켜지게 하심이었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모든 죄악을 깨뜨리시고 은혜를 시작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