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배 안에서 갈릴리 바닷가에 모인 무리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씀하십니다.
본문은 그 이유를 ‘가르치시던 무리와 떨어지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이전에도 많은 무리를 비유로 가르치셨지만, 비유의 해석만큼은 늘 제자들에게만 가르치셨었는데,
이번에도 예수님은 자신의 진 면목을 무리들이 아닌 제자들에게만 우선적으로 드러내려 하십니다.
이로써 제자들은 무리들 중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예수님의 참된 모습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경험의 과정은 그리 즐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을 태운 배는 갑작스레 풍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오랜 시간 갈릴리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온 어부들입니다.
너무 넓어서 바다라고 불리는 갈릴리 호수에는 풍랑이 자주 일어납니다.
갈릴리의 풍랑에 대한 경험이 이미 풍부한 제자들이었지만, 그들조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큰 풍랑이었습니다.
혼비백산한 제자들의 눈에는 작은 배를 덮치는 거대한 파도와 함께, 이런 순간에도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잠이 든 예수님이 들어왔습니다.
잠이 든 예수님께 제자들은 “선생님이여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않으십니까?”하고 소리칩니다.
낮에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가르쳐 주시던 자비로운 선생님이,
지금 이 순간에는 죽을 위기에 처한 제자들에게 무관심하신 것 같은…
그래서 그것이 제자들이 몰랐던 예수님의 본색인 것만 같아 스승의 무심함에 원망과 짜증이 섞인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자의 시선에서 볼 때 예수님은 제자들의 말처럼 무관심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풍랑은 제자들만의 상황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한 배를 타고 계십니다.
제자들의 상황이 곧 예수님의 상황입니다.
예수님은 이 풍랑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주무시고 계셨던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무지와 믿음 없음을 드러내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깨우는 제자들에게 그들이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예수님이 바람과 바다를 향해 “재갈을 물라”고 명령하시자,
거짓말처럼 바람과 바다가 잠잠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이 온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으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그분의 말씀 앞에 순종합니다.
특히 바다는, 성경에서 하나님 외에 그 어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존재로 자주 묘사됩니다.
그러나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우리와는 달리,
예수님은 바다까지도 제어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즉 이 사건은, 예수님이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것을 선포하는 사건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이 부분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정말 창조주 하나님이시라면, 예수님은 여기 계셔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어떠한 위협도 없는 천상에 계셔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모든 것을 넘어, 제자들과 한 배를 타시고 그들과 함께 풍랑을 만나십니다.
대체 왜 하나님이 연약한 인간들 사이에서 함께 배를 타고 풍랑을 맞이하셔야 했던 것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요나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풍랑 속에서 잠이 든 선지자의 이야기는 요나의 이야기와 거의 유사합니다.
요나는 “니느웨로 가서 외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다시스로 도망치던 배 안에서 예수님과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예수님도 요나도, 풍랑을 만난 배 안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깨운 제자들처럼, 요나와 한 배를 탄 선장도 요나를 깨웁니다.
두 이야기 모두 기적적으로 풍랑이 멈춥니다.
그리고 두 이야기의 선원들은 모두 풍랑이 멈춘 뒤에 더욱 두려워합니다.
요나 이야기 속 풍랑은 요나 개인의 죄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요나가 바다에 던져지자 문제가 해결되어 잔잔해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를 덮쳐오는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풍랑은 예수님의 죄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죄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죽음의 풍랑에 던져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 대신 그 풍랑에 자신을 던지십니다.
저주와 심판의 자리인 십자가에 자기를 내어주십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던 풍랑은 잠잠해집니다.
바로 그 일을 위해 하나님이신 예수님은 사람이 되어 우리 곁에 오신 것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예수님은 우리와 한 배를 타러 오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궁극적 문제인 죄의 풍랑 속에서 우리 대신 자기 자신을 던져 잔잔하게 하신 분이십니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찾아오는 크고 작은 풍랑들을 모두 잠잠케 하는, 풍랑보다 크신 그분의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