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때 시작한 요셉과 형제들의 잔치는 그날 늦은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총리의 관저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고향으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요셉은 청지기를 시켜 형제들의 자루에 곡식을 가득 채우게 합니다.
그리고 곡식값으로 가져온 돈들을 모든 자루에 다시 넣어두게 합니다.
그리고 막냇동생 베냐민의 자루에는 작은 은잔까지 넣어두게 합니다.
요셉이 형들의 마음을 알아보고자 하는 확인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의 형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았을 때 형제들은 요셉의 환송을 받으며 가나안 땅으로 출발했습니다.
애굽에 내려오기 전 한없이 걱정하던 아버지 야곱의 주저함이 무색하리만큼 모든 일은 술술 풀렸습니다.
포로로 감금되어있던 시므온도 무사히 풀려났고,
정탐꾼이라 의심받던 모든 혐의도 깨끗이 벗었으며,
정탐꾼으로 오인한 미안함 때문인지 형제들 모두가 총리의 저택에서 귀빈 대접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베냐민은 다섯 배나 많은 음식물을 받으며 특별 대우받았습니다.
이전에 결제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곡식값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고,
덕분에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곡식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애굽 땅을 벗어나기 직전까지 그들은 매우 흡족하고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굽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곱의 아들들은 애굽 사람들의 추격을 받았습니다.
총리가 가장 아끼는 은잔이 도난당했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은 만약 우리가 훔쳤다면, 죽거나 종이 되겠다고 결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르우벤부터 서열순으로 짐 수색을 하던 중 형제들의 모든 곡식 자루에서 돈 자루가 발견됐습니다.
형제들은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청지기는 마치 자신들과 아무 상관 없는 돈이라는 듯 발견된 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발견됩니다.
형제들은 자신들의 자루에서 돈이 나온 것이 그들의 행동이 아니었듯,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나온 것도 베냐민의 탓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옷을 찢어 슬픔을 표현하며 애굽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요셉은 왜 형제들의 곡식 자루에 돈을 넣어놓도록 한 것일까요?
만약 유사시 형제들이 베냐민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시험하여 관찰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오직 베냐민의 자루에만 돈과 은잔을 넣었어야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베냐민에게만 누명을 씌워야, 형들이 베냐민을 원망하거나 그를 쉽게 포기하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기어이 형제들의 곡식 자루에도 돈을 넣었습니다.
이로써 형들은 베냐민을 오히려 신뢰하고 그의 곁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요셉은 형들의 마음을 확인할 때도 함정을 파지 않았습니다.
형제들과 베냐민 사이에 의심과 원망의 반목을 만들려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으로 함정을 파 관계를 막장으로 치닫게 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요셉의 목적은 형제들이 최약체 막냇동생에게 어떻게 행패를 부리는지 시험하고자 함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셉이 형제들에게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지난날 사건에 대한 그들의 진심이었습니다.
요셉은 형제들이 지난날의 과오를 떠올리게 되기를 원했습니다.
요셉은 20여 년 넘게, 동생을 죽이려 했던 지난날의 사건을,
은폐하고 은닉하여 책임을 피해 살아온 형제들을 상대로
“선을 악으로 갚는다”는 책망이 그들의 가슴 깊이 들려지게 하고자 했습니다.
아버지가 싸준 음식을 들고 온 요셉의 선행에 악으로 갚았던 형제들이,
아버지의 사랑에 악으로 갚았던 아들들이,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통회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작지만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주인의 분노 앞에 그들을 세웠습니다.
형제들의 대표로서 유다는 돈을 넣어놓으신 분이 은잔도 넣어놓으신 것임을 인정합니다.
누구를 통해 일하셨든 이 일을 주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유다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악을 찾아내셨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은잔을 통해 20년간 꼭꼭 숨겨왔던 죄악을 드러내고 계심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죄책의 잔을 받기로 합니다.
지금껏 도망쳐왔던 죄책을 지기로 했습니다.
죄악을 고백하고 죄책을 지기로 각오하는 것은 그가 죄악을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안에 숨겨놓은 죄악을 드러내시는 것으로써 치료를 시작하십니다.
그분이 우리의 죄악을 드러내심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함입니다.
죄악을 향한 정의로운 하나님의 진노의 잔은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비켜달라”던 그러나 “나의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달라”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신 받으셨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그분은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로 삼으시기 위해
우리 죄를 드러내시고 십자가로 부르시는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