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의 자루에서 총리가 아끼던 은잔이 발견되자
형제들은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애굽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유다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악을 찾아내셨다며
이 일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이전에 숨겨졌던 죄악에 대해서일지라도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베냐민과 함께 종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총리는 완고하게 은잔이 자루에서 나온 사람만을 종으로 삼겠으니 나머지 형제들은 가나안땅으로 평안히 돌아가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유다는 베냐민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가나안땅을 떠나올 때 아버지 야곱에게 약속했듯,
베냐민에게 문제가 생길 시 자신이 대신해서라도 베냐민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굳히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유다는 총리에게 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관계를 설명합니다.
유다의 설명에 의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일반적인 경우를 넘어서는 특수한 관계입니다.
생명이 엮여있기에 베냐민이 아니라면 아버지는 죽고 말 것이라는 호소입니다.
20여 년 전 아버지에게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때어놓아 슬픔의 충격에 빠뜨렸던 당사자인 유다는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하며 필사적으로 총리를 설득합니다.
아버지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 대신에 자신이 종이 되게 해달라는 간청합니다.

유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면 유다의 인생이 참 구슬프게 느껴집니다.
유다의 말을 정리하자면 결국 아버지에게는 자신보다 저 아들이 더 중요한 아들이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아들 하나가 살아 돌아가는 것보다 저 아들이 아버지 품에 안기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말에서
유다는 자신의 존재와 자존감보다도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클 만큼 아버지를 향한 그의 사랑이 진심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내가 아니어도
아버지의 기쁨과 생명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삶과 생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유다의 고백은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합니다.
무엇이 유다로 하여금 이런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을까요?
아버지 야곱은 아들들 앞에서도 라헬과 그녀의 두 아들을 유독 아끼는 편애를 숨기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유다는 아버지 야곱이 베냐민을 향한 편애와 집착이 어떻게 형성된 마음인지 충분히 아는 아들이었습니다.
유다 자신도 아버지 야곱과 같이 아내와 아들을 잃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아들만큼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짓말까지 해보았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며느리 다말을 통해서 그런 유다의 집착과 위선을 드러내시고는 대신에 베레스와 세라라는 아들을 안겨주셨었습니다.
그래서 유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야곱에게 라헬의 아들들은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특히 베냐민은 더욱 그러했습니다.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는 채 커야 하는 아들,
이제는 형도 잃어버리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들,
그 아들을 향한 애끓는 마음은 아픈 손가락을 넘어 아픈 심장과 같았습니다.
늘 의식되며 조심스레 감싸야 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의 집착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에 일조한 당사자가 바로 유다 자신이었습니다.

야곱이 베냐민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애굽으로 내려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다른 이들은 그저 ‘야곱이 드디어 고집을 꺾었구나’ 정도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유다만큼은 그것이 얼마나 큰 각오였는지 알았습니다.
유다의 말대로 야곱에게 있어 베냐민은 생명과 같은 아들입니다.
심장과 같은 아들입니다.
생명과 같은, 심장과 같은 아들을 떠나보내기로 한다는 것은 자신의 심장을, 생명을 내어준다는 의미였습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내려놓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유다는 알았습니다.
그것은 나머지 아들들, 그리고 딸린 식구들의 생명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자신의 심장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들은 아버지의 그 사랑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인생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아들들을 향한 아버지의 ‘생명을 포기하는 사랑’이 흐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생명을 포기하는 사랑’이 교차하여 흐릅니다.
유다에게 아버지의 마음을 가르쳐 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에게 아들의 마음을 표출하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유다의 마음을 통해 우리에게도 아들의 마음을 가르쳐주십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생명 같은 아들을 내어주는 아버지의 사랑이 하나님의 마음을 닮았다면,
아버지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아들의 사랑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았습니다.
주님은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그 마음을 알려주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그 마음을 닮아가기를 주님은 원하십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고 하셨던 주님이,
우리가 형제를 위해 생명을 내어놓는 사랑의 모습을 통해 영광 받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