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야곱은 요셉을 만나기 위해 헤브론을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렀습니다.
브엘세바는 가나안의 최남단입니다.
브엘세바를 넘어서면 이제 가나안땅을 벗어나게 됩니다.
야곱은 가나안땅을 벗어나기 직전 브엘세바에 멈춰서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을 22년 만에 만나러 가는 설렘만큼이나 가나안 땅을 벗어나도 될 것인지 갈등하게 만드는 불안이 컸기 때문입니다.
야곱이 애굽행을 머뭇거린 이유는 아버지에게 배운 하나님의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삭에게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명령하셨었습니다.
그렇기에 야곱은 애곱으로 내려갈 경우 하나님의 명령에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 아닌가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사백 년간 종살이하게 될 것’이라 예언하셨었습니다.
따라서 야곱은 애굽에 정착할 경우 가족들을 종살이의 지극으로 내몰게 될 것만 같은 불안함이 컸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야곱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두려워 말라고 격려하실 만큼 야곱의 걱정은 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내려가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길을 떠나는 야곱의 이야기 진행 사이에
느닷없이 성경은 애굽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태어난 야곱의 가족들 명단을 한 명씩 나열합니다.
밧단아람과 가나안에서 태어난 남자의 수 66명에 애굽에서 태어난 요셉의 두 아들을 포함하면 성인 남자가 68명입니다.
성경은 이 숫자에 다시 야곱의 딸 디나와 손녀인 세라를 더하여 애굽에 이른 야곱의 자손이 70명이라고 말합니다.
생략된 다른 여자들과 달리 두 명을 의도적으로 더했다는 건 의도적으로 70이라는 숫자를 맞추었다는 뜻이죠.
즉 성경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의도적인 숫자 70을 주목하게 합니다.
70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창세기 10장에서 홍수 이후에 노아와 세 아들에게서부터 태어난 사람들의 수,
즉 방주에서 나온 민족과 나라의 수가 70 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성경은 창세기의 이야기로써, 거대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 곧 피난처요 방주가 준비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계신 것입니다.
애굽은, 하나님께서 노아의 방주를 통해 세상을 덮친 홍수에서 생명을 구원하셨듯,
세상을 덮친 대기근을 피하여 생명을 살리시려고 하나님께서 요셉을 통해 예비하신 피난처요 방주였습니다.
노아가 짐승들을 이끌어 방주로 향했듯,
야곱도 가축들을 이끌어 애굽으로 향합니다.
하나님께서 노아의 가족을 방주에 태워 생명으로 옮기셨듯,
야곱의 가족들을 수레에 태워 애굽으로 옮기십니다.
하나님은 방주를 준비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어떤 홍수도 기근도 빼앗지 못할 생명의 피난처 말입니다.
하지만 애굽이라는 나라 그 자체가 언제나 피난처인 것은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갈대아를 떠나 가나안으로 들어왔지만, 이제는 가나안을 떠나 애굽으로 가게 하십니다.
가나안이 언제나 약속의 땅은 아닌 것입니다.
애굽이 피난처가 되고 방주가 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님께서 야곱과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실 때입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그래서 하나님의 통치를 받으면 그곳이 어디이든 하나님 나라가 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다면 가나안은 기근의 땅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다면 애굽은 환란과 핍박의 땅일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함께하실 때, 가나안은 약속의 땅이 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애굽은 피난처요 방주가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내가 너와 함께 내려가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약속을 브엘세바에서 선언하십니다.
브엘세바는 맹세의 우물이란 뜻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약속을 넘어 맹세를 하신 것입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내려갔다가 너와 함께 올라오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이스라엘이 고대하는 방주요 피난처는 함께 해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나님이 구원이 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면 그 어디나 피난처요 하나님 나라가 됩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리스도인에게 이 약속의 맹세를 피난처로 구현하여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해주신 ‘함께하시는 하나님’,
그분은 우리의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인도하시는 성령 하나님이십니다.
성령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의와 생명과 복을 함께 누리게 됩니다.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영을 주며
그 몸에서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
내 율례를 따르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에스겔 11:19,20)
예수 믿으세요.
주님은 우리의 피난처요 방주가 되어주십니다.
고난의 순간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주님은 위기의 순간을 맞아 경직된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