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야곱과 요셉은 부자 상봉했습니다.
이별의 시간들은 슬픔의 시간들이었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그 시간 동안 이스라엘을 위해 요셉을 먼저 애굽으로 보내어 구원의 방주를 준비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따라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애굽 전역을 뒤져 아버지와 형제들이 정착해 살아갈 가장 적합한 곳을 선정하고 준비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고센땅은 7년의 풍년 후에 7년의 흉년이 시작될 때 양식을 찾아 가족들이 애굽으로 오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요셉이 미리부터 생각하여 계획한 땅이었습니다.
목축을 가증히 여기는 애굽인들이 가축을 기르기 위해선 농업 중심의 도시가 아니라 도심에서 떨어진 변방의 목초지가 필요했습니다.
그곳이 고센입니다.
고센땅은 애굽의 국경 지역입니다.
바로가 사는 곳과 떨어져 있기에 권력의 직접적인 영향이 비교적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축업자들과는 겸상도 하지 않는 애굽인들이 멀리 떨어진 고센땅의 히브리인들과 교제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400년의 시간 동안 그들만의 언어, 문화, 혈통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신앙을 혼합이나 혼동없이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센은 훗날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나 가나안땅으로 돌아갈 날을 고려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애굽의 경계선이기에 애굽을 탈출할 때 애굽 땅을 가로지르지 않아도 됩니다.
이 모든 것은 요셉의 치밀한 계획과 준비였습니다.
요셉은 야곱과 자신의 형제들이 바로를 만나면 나누게 될 대화들도 정확하게 예측하였고 그에 합당한 대답들도 미리 귀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고센땅의 라암셋을 바로에게 증여받게 됩니다.
넓은 땅과 성읍까지 선뜻 내어줄 정도로 바로는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야곱의 집안도 한때는 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가문이었지요.
할아버지 아브라함도 아버지 이삭도 대대로 엄청난 부자였습니다.
심지어 야곱은 이삭으로부터 재산을 상속 받기 이전에 이미 자수성가하여 조상에 버금가는 부자가 되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세겜성 학살 사건 이후에도 가나안 땅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던 것을 보면 야곱의 세력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만큼 강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습니다.
2년간의 기근은 야곱의 가문을 빠르게 쇠퇴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축이 재산의 대부분이었던 야곱으로선 기근 때에 가축을 먹여야 할 양식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야곱의 재산은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고작 2년의 기근으로도 야곱의 재산은 빠르게 탕진되었습니다.
돈이 많다고 양식을 구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기에 야곱의 재산은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습니다.
반면에 바로의 재력은 풍년을 지나고 흉년을 맞이하며 더욱더 거대해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재화가 애굽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와 권력의 정점에 바로가 있는 것입니다.
바로 앞에서 야곱의 재산과 능력과 영향력은 휴지 조각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야곱의 아들들은 바로 앞에 서게 되자 잔뜩 주눅이 들어 스스로를 ‘종’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들은 바로에게 하해와 같은 은총을 입었습니다.
새로운 삶의 터전과 먹고 살 걱정 없는 풍요로운 양식을 제공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세상 풍요의 정점에 있는 바로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바로의 배려와 호의에 야곱이 갚아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야곱은 선의를 베풀어 바로에게는 없는 그것을 전달해줍니다.
그것은 ‘복’입니다.
마치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 구걸하는 앉은뱅이를 보고 베드로가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하고 말했듯,
야곱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복을 바로에게 전달해줍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고(창12:3) 약속하셨었는데,
이제야 야곱을 통해 그 복이 흘러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곱은 바로를 두 번이나 축복했습니다.
이는 바로가 얼떨결에 축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야곱과 바로 사이의 분명한 위아래 관계를 보여줍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하나님의 복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성경은 의심할 여지 없이 큰 자에게서 작은 자가 축복을 받는 것이라고(히7:7) 했습니다.
야곱의 인생은 비록 험악한 인생이었지만 그가 어디로 가든지 어느 일을 당하든지 하나님은 언제나 그와 함께 하셨습니다.
그 사실이 야곱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바로의 위에서 축복을 내리어 주는 존재로 서게 했습니다.
많은 경우 자신감과 열등감은 동시에 발생합니다.
남들보다 잘하는 부분에서 생기는 자신감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면 즉시로 열등감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야곱의 아들들이 바로 앞에서 한없이 공손해졌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야곱이 바로 앞에서 작아지지 않고 오히려 그를 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그의 높은 자존감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신 계획이 변함없음을 아는 자에게 발생하는 존재론적 자신감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주님이 우리와 동행하시면 비교상대적 자신감이 아닌 존재론적 자신감으로 가득 찬 인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