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고요한 밤,
그곳에서 멀지 않은 한 언덕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풍부한 목초지와 동굴들이 있는 그 언덕에는 목자들이 양을 치고 있었습니다.
목자들은 평소 양들을 동굴 안에 들여보내고 자신들은 동굴 입구에 누워 밤을 지새우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습니다.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빛은 하나님의 영광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해와 달과 별이 있기도 전에 빛을 먼저 비춰주셨던 천지창조 때처럼 이 땅을 그 영광으로 비추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영광의 빛 속에서 천군과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한밤중에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난 천사를 경외와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목자들에게 천사는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해 구주가 나셨다”고 말입니다.
그러고는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초월한 천상의 찬양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찬송했습니다.

하늘의 군대는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께 기뻐하심을 받은 사람들의 평화로다” 하고 찬양합니다.
하늘의 군대가 동원되었지만, 이 군대는 이 땅의 죄인들을 진압하고 심판하는 전투가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을 수행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부르는 찬양의 가사처럼 이 땅을 향한 평화의 선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기 예수의 탄생입니다.
아기 예수가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평화 선포에 상징으로 오셨기 때문에,
천사들은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라고 목자들에게 명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평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적이고 국제적인 평화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은 지금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평화는 관계의 평화나 내면의 평화, 혹은 심리적 평화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평화는 ‘하나님께 기뻐하심을 받은 사람들 중에 있는’ 평화입니다.
즉 이 평화는 우리 사이에 있는 평화나, 우리 안에 있는 평화가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평화를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화목제물이 되어주심으로써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이 허물어졌습니다.
천사는 바로 이 평화를 노래합니다.
하나님과 원수였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화목제물의 양식으로 삼아 하나님과 함께 식사의 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화목의 상징입니다.

목자들은 천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찾아왔습니다.
천사들의 명령대로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고서 평화의 선포가 사실임을 확인한 목자들은
감격에 겨워 마리아와 요셉에게 천사들이 불러주었던 찬양의 내용을 전해주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천사들이 등장해 찬송을 불렀다는 이야기에 크게 놀랐습니다.
특히 마리아는 그 찬송의 가사를 마음에 새기어 암송했습니다.
하늘의 군대가 찬송을 불렀다는 소식은 그날 밤 아기를 출산한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리아는 사람들에게 거절당한 출산의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슬프고 외로운 감정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마리아에게 천사들의 찬양은 하나님께서 잊지 않으셨음을 알려주는 선포였기에 소중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마리아가 천군 천사들의 찬송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다면,
왜 애초에 천사들은 마리아에게 이 찬양을 불러주러 나타나지 않았던 것일까요?
천군 천사는 왜 엉뚱한 곳에서 찬란한 영광의 빛 아래 아기 예수의 탄생을 찬양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왜 천군 천사들은 마리아와 요셉 대신에 양치기들을 찾아온 것일까요?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입니다.
다윗은 어릴 때부터 목자로 살았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자 메시야로 오신 예수님도 목자로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선한 목자”라고 하셨습니다(요10:11).
예수님은 양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양의 문”이라고 하셨습니다(요10:7).
예수님은 양들이 안전하도록 문 앞에 누워 지키십니다.
계시록에서도 예수님은 “하나님과 백성의 목자”라고 불립니다(계7:17).
예수님은 길 잃은 양들을 찾아주시고 풀밭으로 인도하시고 생명의 물로 끌어주십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길 잃은 양들을 위한 목자로 오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천군 천사들은 목자들에게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천사들은 목자들에게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기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선한 목자였습니다.
천사들은 목자들에게 하나님의 영광과 평화를 노래했습니다.
하나님은 목자로서 아들을 보내시고 목자들을 향해 이 찬양을 들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목자들을 하나님께 기뻐하심을 받은 사람들로 삼으셨습니다.
즉 하나님의 바람은 이 글을 읽는 우리 또한 목자가 되는 것입니다.
목자로 오신 그 분께서는 우리가 목자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도 “내 양을 먹이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우리는 목자되신 주님을 본받아 선한 목자로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평화를 얻은 우리는 사망의 그늘에 앉아 있는 양들을 주님께로 이끌어야 합니다.
예수 믿으세요.
우리는 주님과 같은 목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