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며 시작한 예수님의 공적인 사역은,
시작부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십자가와 부활과 승천으로 마무리될 영광의 날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3년의 공생애 기간 중 일 년 반가량이 지나고 일 년 반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는 갈릴리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셔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제자들을 부르시고 가르치시며 따르는 무리들만 해도 수천 명이 되는 거대한 집단으로 부흥(?)했지만,
예수님은 여전히 모든 사역들을 혼자 감당해 오셨습니다.
제자들은 그저 예수님 곁에서 늘 함께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예수님은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더니 갑자기 그들에게 능력과 권위를 주시며 그들을 하나님 나라의 선포자로 세우시고 파송하셨습니다.
사실 제자들은 그동안 특별한 가르침이나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여든 무리들과 제자들간에 차이점이 있다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예수님과 한시도 떨어짐 없이 함께 해왔다는 것 뿐,
제자들은 모두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러모로 보았을 때 그들은 아직 충분히 준비된 것 같지 않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고 병자들을 고치도록 내보내셨습니다.
그들의 공식적인 첫 훈련이 현장에서의 실전이 된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스승이 하던 일들을 보아온 그대로 재현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훈련하고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능력과 권위를 주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고 병자를 고치며 귀신을 쫓는 일은 분명 사람의 준비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외에 다른 의지할만한 요소들을 모두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배낭과 여벌 옷, 돈과 양식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심지어는 여행길에서 호신용 무기로도 사용하는 지팡이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직 주께서 주시는 능력과 권위 외에는 여행 필수품들을 의지하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이 능력과 권위를 주시면서까지 급작스럽게 제자들을 파송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이 쉼 없이 달려온 오랜 사역으로 인해 지치셔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이제는 너무 많이 모여든 사람들을 치유하고 가르치시기에 벅차서 제자들과 짐을 나눠지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갈릴리에서의 사역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찾아가야 할 마을들과 만나봐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남았기에 시간 절약을 위해 예수님 대신 제자들이라도 보내셔야 했던 것일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인성으로는 우리와 동일한 분이시지만 신성으로는 성부 하나님과 동등한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지혜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말씀 한마디로 우주를 창조하시고 엿새 만에 지구의 생태계를 만드시고 질서를 세우신 분이십니다.
그분에게 시간은 필요치 않습니다.
원하신다면 모든 것을 창조하시는 데에도 단 일초의 시간조차 필요치 않으셨을 것입니다.
육일을 사용하신 것은 하나님의 질서가 무엇인지 보여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분께는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분께는 능력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자들을 파송하신 것 역시 그분께 능력이 모자라서거나 도울 일손이 필요해서거나 시간이 부족하기에 협력을 요구하시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능력이 모자라거나 시간이 모자라거나 손이 모자라서 제자들을 보내신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주님이 원하시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시고 확장하시는 일을 위해 제자들을 보내십니다.
그것은 주님께 능력이 부족해서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서도 아닙니다.
주님께서 그 방법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시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사람을 위로하실 때도, 구제하실 때도,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십니다.
첫 사람 아담을 창조의 사역에 동참시키셨던 하나님이 이제 사람을 구원하시는 일, 곧 재창조의 사역에도 우리를 참여시키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전도의 미련한 방법으로 사람을 구원하시는 일을 기뻐하십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고 확장하십니다.
하나님 나라를 확장한다는 것은 땅따먹기 같은 영토 확장이 아닙니다.
사람들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감당하시던 사역을 12명이 하게 되고 70명이 하게 되고 온 세상이 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지팡이는 필요치 않습니다.
주께서 지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벌 옷과 양식도 필요치 않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들은 주께서 하나님 나라의 사람들을 통해 채우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주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과 지혜와 도움과 능력을 주시고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