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 파송했던 제자들을 미리 약속했던 갈릴리 서편 도시 디베랴에서 만나셨습니다.
돌아온 제자들은 갈릴리의 각 마을에서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으며 하나님 나라의 통치와 임재를 선포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본인들도 깜짝 놀랄 만큼 놀라운 성과들을 예수님께 보고하며 한껏 마음이 들떴습니다.
‘우리도 하기로 하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제자들에게 가득 찰 만했습니다.
사기가 오른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갈릴리 바다의 건너편인 벳새다로 가자고 하십니다.
수고한 제자들에게 휴식을 주시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사역의 성과와 관련하여 긴밀히 가르쳐주셔야 할 것들이 있어서였는지,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를 타고 따로 디베랴를 떠나 벳새다로 향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배에 오르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호숫가를 걸어서 예수님 일행을 무턱대고 따라갑니다.
제자들이 갈릴리 각지를 돌며 선포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강한 기대감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예수님 일행이 어디로 가시는 중인지 알지 못하니 그저 배를 눈으로 좇으며 따라갈 뿐입니다.
그렇게 호숫가를 따라 배를 쫓아가는 동안 갈릴리 북부의 여러 마을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합류하여
급기야 남자만 오천 명, 여자와 아이를 포함하여 2만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벳새다에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벳새다는 디베랴에서 뱃길로 15km 떨어진 곳이었고, 걸어서는 족히 20km가 넘는 거리였기에
사람들은 예수님 일행이 도착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벳새다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자들에겐 감동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며 여행했던 날들의 성과와 열매가 그들의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잡히던 날처럼,
‘어부의 집’이라는 뜻의 벳새다에는 넓은 들판이 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처음 부르실 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는 순간과도 같았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제자들과 따로 시간을 가지려고 온 것이라며 그들을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지 않으시고,
반갑게 환영하여 맞이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병을 고치시며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셨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이 전했던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와 그 나라의 임재가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제자들에게 꿈꾸는 듯한 감사함과 감격에 사로잡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갈수록 제자들은 감동 대신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모여든 사람들은 아무 준비물 없이 무작정 배를 쫓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멀리 디베랴에서부터 5시간을 걸어서 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도시락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따라나섰고 이미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해가 진다면 연약한 여자와 어린이들의 경우엔 기진하여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이대로 해가 져버리면 발생하게 될 혼란이 눈에 선했습니다.
어서 해가 지기 전에 이 모임을 파해야 했습니다.
무리를 가까운 마을들로 보내어 주린 배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하던 숙박을 해결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혹시 노숙하게 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자들의 눈에는 모여든 사람들이 더 이상 감사와 감격의 성과나 사역의 열매가 아니라,
그저 감당할 수 없는 골칫거리와 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에게 태연히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깜짝 놀랄 일입니다.
2만여 명이 먹을 것을 어디서 구해올 수 있겠습니까?
구해오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최소 200데나리온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었습니다.
200데나리온은 지금 시세로 한다면 최소 천만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예수님의 명령으로 인해 제자들은 자신들에게 이들을 감당할 능력이 전혀 없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몰려든 사람들을 사역의 열매로서 기뻐하고 환영하며 감격해했던 자신들의 모습이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전락해 버림으로 인해 부끄러워진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로써 전도 여행 동안 행해왔던 모든 사역의 열매와 성과들이 결코 자신들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음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임재와 통치 아래 찾아온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을 먹이고 책임질 유일한 분은 오직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은 무리를 50명씩 앉게 하십니다.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축사하신 후 때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 받아 든 떡과 물고기를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나누어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결국 이루어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무능함을 주의 능력으로 채우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먹이십니다.
예수 믿으세요.
먹여야 할 걱정과 근심이, 먹이는 즐거움으로 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