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에 대해 경고하시며 겉과 속이 일치되어야 함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던 예수님은
다만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고 말씀하시더니,
돌연 밤새워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종에 대한 비유를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비유가 얼마나 급작스러운 분위기의 변화였는지,
베드로는 이 이야기가 제자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무리를 향한 것인지를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수님은 그간 하나님을 아버지로, 제자들을 그의 나라를 상속받을 아들로서 설명하셨는데,
이번엔 또 주인과 종의 관계를 들어 이야기를 전개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가르침의 대상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던 것이죠.
제자들의 생각엔 자신들은 이미 예수님과 함께하고 있으니,
비유 속 주인이 자리를 비운 한밤중의 상태는 자신들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의아해하는 베드로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셨습니다.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줄 청지기가 누구이겠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은
예수님의 이 비유가 무리들을 향한 것인지 제자들을 향한 것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깨닫게 해줍니다.
많이 받는 자에게 많이 요구하시겠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분명,
그동안 예수의 곁에서 하나님과 그의 나라에 대하여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듣고 배워온 제자들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는 너희에 대한 이야기다, 이 비유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다”하고 대답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과 밤새워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가
모두 제자들을 향한 가르침, 나아가 교회를 향한 가르침이라는 것은
예수님께서 ‘받은 자’와 ‘맡은 자’를 모두 말씀하시는 장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즉 제자란, 아들로서 그의 나라를 은혜로 받은 사람이자, 청지기로서 그 나라의 운영과 통치의 책임을 의무로 맡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추구한다는 것이
등불을 켜고 밤새워 주인을 기다리는 종과 같은 삶으로 이루어져 가는 것임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사실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선 해가 떨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평소 같다면 밤새워 깨어있어야 할 일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밤새워 깨어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혼인 잔치와 관련한 일이었습니다.
신붓집에서 치러지는 혼인 잔치는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고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시간은 매일의 저녁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혼인 잔치의 피날레도 마지막 날 저녁 식사에 이루어졌습니다.
마지막 파티가 끝이 나면 신랑은 신부를 데리고 준비된 신혼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때 신랑 측 사람들은 신랑과 신부, 신랑의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등불을 켜고 영접 해주는 것이 결혼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매우 특별한 상황인 혼인 잔치를 예화로 사용하여 혼인 잔치 행렬에 참여했다가 돌아오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인 잔치가 아니라, 등불을 켜고 밤새워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종들의 의무와 책임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켜 세상에 오신 빛이라고 가르치곤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있는 동안은 때가 낮이라고 하시며 곧 밤이 올 것이라고도 가르치셨었습니다.
즉 밤새워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밤의 시간이란 빛이신 예수의 부재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제자들도 잊고 있었을 테지만 예수님은 십자가를 향하여 예루살렘에 올라가고 계신 중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길 끝에 벌어질 일을 알고 계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임당하심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제자들에게 유업으로 넘겨주시고,
부활하여 승천하시고 다시 오실 때까지 빛이신 예수님이 부재하신 세상을 살아야 할
남겨진 주의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그때를 위한 말씀을 당부하십니다.
어두운 밤을 지새우며 등불을 켜고 주를 기다리라는 가르침과 주의 명령은,
예수께서 부재하신 이 시대를 빛이신 그리스도가 함께 하시는 순간처럼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의 부재하심을 실감하게 하는 어둠의 세력을 한 뼘 미뤄내고,
그리스도의 동행하심을 실감하도록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이 등불을 키는 삶입니다.
낮을 고대하며 밤을 낮처럼 사는 것이야말로 어두운 밤을 몰아내는 제자도인 것입니다.
등불을 켜고 어둠을 한뼘 한뼘 몰아내는 종들에게는 주인이 돌아오는 날,
주인은 허리에 띠를 띠고 종들을 섬겨줄 것이라고 예수님은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말씀하신 밤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시던 날,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그가 부재하시는 시간을 살아갈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하나님의 나라는 주인이 종을 섬기는 나라입니다.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나라입니다.
주님이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며 등불을 켜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기는 나라가 이 땅에 이뤄지도록 그 나라를 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다시오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승천하실 때,
이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도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어두운 밤 속에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예수 믿으세요.
빛이신 예수님이 부재하시는 이 시대를 주와 동행하며 어둠을 몰아내는 등불을 켜고 살 때
주님은 우리의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하나님 나라의 것으로 채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