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를 도우라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낯선 타지에서 잘 곳을 찾는 형제를 도왔습니다.

수요일 오후쯤, 입교 교육이 한참인 교회에 한 청년이 방문했습니다.
쭈뼛거리는 청년에게 무엇을 도와줄지 물으니,
청년은 오늘 밤 혹시 잠잘 곳을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교회에 방을 하나 내어달라는데, 부탁하는 청년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보였습니다.
기도하러 오실 분이 혹시 있을는지 모르고 해서 안전상 교회를 열어주기는 어렵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입교 교육이 끝날 때까지 테라스에서 잠시만 기다려주면
찜질방을 결제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청년은 돈으로 도움받기를 원한 건 아니라며 괜찮다고 극구 사양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교회를 열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기란 어려울 것이니 찜질방이라도 가자고 했으나
청년은 아니라면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더 붙잡을 수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는 형제에게
혹시 다른 곳에서도 잠잘 곳을 구하지 못하면 꼭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엔 형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목요일 밤 9시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어제 오후에 교회에 찾아왔던 청년이라며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쭈뼛거렸습니다.
잘 곳을 찾지 못했냐 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옥정 중심상가에서 만나자고 급하게 약속을 하고 나갔습니다.
만나보니 형제는 다리까지 절고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걸어서 발바닥이 조금 아프답니다.
이틀간 형제는 옥정, 덕정, 덕계, 고읍의 교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역시 교회를 열어주는 교회는 찾지 못했습니다.
찜질방이 만 오천 원 정도인데, 그 정도 금액이 없어서 이틀간 발품을 팔았다면
식사도 하지 못했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식사한 게 언제냐고 물었습니다.
화요일이랍니다. 그러니까 꼬박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우선 밥부터 먹자고 국밥집에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형제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올해 28살인 형제는 제주도에서 5일 전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대학교에 마지막 학기를 수료하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회계사 시험 1차까지 합격을 했었지만,
제주도 집에 문제가 생겨 휴학을 하고 내려갔다가
3년이 넘어서야 졸업을 결심하고 겨우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간 회계사 시험은 2차 시험을 위한 2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버렸습니다.
걱정하실 아버지껜 숙소도 구하고 알바도 구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양주까지 왔냐고 물었습니다.
고시원 비용이 가장 저렴한 곳이 23만원인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사무소에 갔다가 안전교육 필증이 없다고 거절당했답니다.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선 3만5천원이 있어야 했습니다.
단돈 만원조차 없던 형제는 택배 상하차를 알아보았으나
일을 하면 사흘 후에나 급여가 입금된다고 하여 그마저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양주에 가면 일당을 받는 택배 상하차 일자리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양주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하루만 일할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안전교육을 받고, 건설 현장에서 사흘 일하여
고시원을 잡을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양주의 인력사무소에서도 일을 얻지 못하고
결국 잠잘 곳을 찾아 교회들을 찾아 헤맨 것이었습니다.
형제는 막연하게 교회라면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교회들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했답니다.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목사님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나와야 했고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도와줄 여력이 없다며 나와야 했답니다.
이틀간 도와주겠다고 한 유일한 교회였기에 밤이라 죄송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전화했다고
형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양주는 낯선 곳이라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진다며 형제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갚을 여력이 없다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찜질방을 결제해 주었습니다.
내일 혹시 또 일을 못 하게 되면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결국 일을 구하지 못했답니다.
또 신세를 질 순 없다며, 밤을 지새우더라도 익숙한 학교 앞에 가서 지내겠다고 서울로 가는 중이랍니다.
금요일 저녁에 서울로 가면… 토요일, 주일까진 일하지 못할 것이고,
잠잘 곳은 커녕 먹지도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오늘 잘 곳도 없지 않느냐며 찜질방 비라도 보내줄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평소엔 계좌에 이체하는 방법으로 구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형제는 또 미안하다며 계좌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형제에게 그날 찜질방 비와 조금의 식사비, 그리고 안전교육비를 보내주었습니다.
처음엔 안전교육을 받고 필증을 사진찍어 보내달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주말을 끼고 며칠을 더 고생해야 합니다.
건설 일용직은 월요일이 되어서야 일을 할 수 있기에 그때까지 버티긴 실질적으로 힘들었습니다.
형제는 밤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 그런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고 급여를 사흘 후에 받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형제에게 보내준 금액은 안전교육비 대신 사흘 치 찜질방 비와 조금의 식사비가 되었습니다.

교회라곤 어렸을 때 친구 따라 달란트 잔치 갔던 게 전부였는데
어려울 때 떠오르는 곳이 교회뿐이었다며
교회에서 도움을 얻지 못할 땐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자기 같아도 하나님이 평소 신앙생활도 안 하고 헌금도 안 하던 녀석이 위기 때만 교회를 찾는다고
그래서 도와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답니다.
교회의 도움을 받아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는 형제에게
미안하다고가 아니라 감사하다고 하면 된다고,
하나님이 은혜 베푸실 것이라고, 은혜를 경험하는 인생이 될 거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선 나그네를 대접하라고 하셨지요.
여러분이 드린 십일조에서 10만 2천 4백원을 이 일에 사용하였습니다.
목요일부터 주일까지의 찜질방 비용과 최소한의 식사비입니다.
하나님께서 나그네를 도와준 우리 성도들에게
동서 사방에서 돕는 손길로 도우시는 동일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