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사마리아와 갈리리 사이에 위치한 어느 유대인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풀어헤친 머리카락, 여기저기 찢어진 옷, 얼기설기 묶여있는 붕대, 윗입술을 가린 채 탁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들은 누가 보아도 나병환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차마 예수님 무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먼 거리에 떨어져 간절히 예수님께 뵙기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섣불리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는,
나병의 높은 전염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율법에서 그들을 극도로 부정한 사람들로 분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율법대로 공동체에서 추방되어 격리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나병은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해 통증 세포가 마비되는 병입니다.
작은 죄에 대한 실족을 민감하게 여기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결국 그 작은 죄가 그의 영혼을 죽음으로 끌어가듯
나병 역시 작은 상처를 고통으로 여기지 못함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나병과 죄악의 깊은 유사성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나병을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확실한 심판으로 여겼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사람들 앞으로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나병환자들은 완전한 격리 생활로 인해 소문에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쯤 예수께서 나병환자를 고치셨던 사건만큼은 그들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나병환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나병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부정한 몸에 손을 대시며 따듯한 목소리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고 말씀하시자
즉시 나병이 나았다는 기적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모든 나병환자들에겐 좀처럼 믿기 힘들 정도의 가슴 벅찬 이야기였습니다.
나병은 치료 방법이 없는 병입니다. 그렇기에 헤어진 가족들과 다시 만날 방법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의 삶에 희망이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기적 이야기는 그들에게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눈앞에 그들이 지난 몇 년간 그토록 간절히 소망해 왔던 희망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병환자들은 소리를 높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소리 지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반응은 그들의 기대와 사뭇 달랐습니다.
나병환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따듯한 손길로 만져주신게 아니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네가 깨끗해지길 원한다’고 속삭이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멀찍이 선 채로 그들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소리 질러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미처 실망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각자 고향의 제사장에게로 향했습니다.
길을 가던 그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이 이미 병 고침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미 깨끗해진 몸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제사장에게 깨끗해진 몸을 보이고 정결 예식을 치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꿈에서만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될 날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들은 단 한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달리듯 제사장에게 향하여 가고 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돌아왔습니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세겜성을 향하여 가던 중 자신이 어느새 깨끗하게 병 고침을 받은 것을 보자
방향을 바꾸어 예수께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를 보시며 나머지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물론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보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예수님은 열 명 모두가 고침을 받았으나 아홉은 돌아오지 않았음을,
오직 사마리아 사람 한 명만이 돌아왔음을 확인하신 것이었습니다.
열 명의 나병환자들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신 분은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사장을 향해 가고 있는 아홉이 아니라
중도에 돌아온 사마리아 사람만이 진정한 믿음을 가지고 온전한 순종을 행한 사람으로서 인정하시며
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예수께서 감사 인사를 받고 싶으셨던 것이거나,
순종보다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 구원의 비결이라고 가르치고 계신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예수님은 왜 제사장에게 가라고 명령하신 말씀을 듣고선 예수님께 돌아온 한 사람을, 그것도 유대인도 아닌 사마리아인을,
그의 믿음으로써 구원 얻은 사람이라고 선언하신 것일까요?
그것은 말 그대로 예수님께 돌아온 한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 진정한 순종을 행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마리아인은 제사장에게 가라는 예수님의 명령 앞에 그의 믿음을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병이 나았음을 깨닫는 순간 누가 진정한 제사장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고칠 수 없는 나병을 깨끗하게 하신 그분이야말로 하나님의 제사장이 아니라면 누가 제사장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그는 하나님께 보냄을 받은 제사장 되신 그분께 돌아온 것입니다.
그의 믿음대로 진실로서 예수는 자기 백성의 죄를 해결할 하나님의 제사장이십니다.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순종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바른 믿음 없이 바른 순종은 시작할 수 없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받는 진정한 믿음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바로 알게 해줍니다.
열 명이 은혜를 받았을지라도 순종에 이른 것은 오직 한 명뿐이었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바른 믿음을 주셔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하시고
바른 믿음으로 온전히 주님 앞에 나아오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