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데모는 유대인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70여 명으로 구성된 산헤드린 공의회의 회원이라는, 당시 유대인으로서 출세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라간 사람입니다.
니고데모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부러워할 것이 없고, 부족할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니고데모는 사실 예수님의 표적을 눈여겨보며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께서 최근 이해 못할 발언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표적을 구하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은 ‘성전을 무너뜨리고 사흘 만에 다시 세우실 것’이라며 그 표적을 보여주겠다고 하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예수님이 정말 니고데모 자신을 포함한 유대인들이 그토록 바라던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메시야라면, 성전은 무너져선 안 됩니다.
성전이 무너지는 경우라면 예루살렘이 함락이라도 되어야 하는데, 예수가 메시야라면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이 기대하는 메시야는 로마에게까지 승리하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왕국을 세워야만 하는데,
오히려 성전이 무너질 만큼의 패배를 각오해야 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그렇게 무너진 성전을 사흘 만에 다시 세우신다는 말이었습니다.
함락된 예루살렘을 다시 수복하는데 하루밖에 안 걸린다 해도, 무너진 성전을 하루 이틀 만에 다시 건축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인원을 동원한다 해도 철거와 재건축을 그 시간 동안 해낼 수 없습니다.
헤롯이 유대인들을 동원해 46년간 지은 성전입니다.
돈의 문제가 아니고, 노동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번 무너진 성전을 십년안에 재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니고데모는 예수님을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성전을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씀에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표적에 관해 묻고 싶은 마음이었을 테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몰래 만난 예수님은 통성명도 하기 전에 대뜸 니고데모에게 거듭남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땅에 있는 것으로 비유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어떻게 하늘의 것을 설명할 수 있겠냐고 하시던 예수님은 대뜸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니고데모 앞에 다 공개해버리십니다.
눈에 보이는 그 성전이 아닌 영적인 성전의 회복…
그날 이후 몇 년이 지나,
아기가 엄마의 몸을 찢고 물과 피를 뒤집어쓰며 세상에 태어나듯,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찢어진 살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유월절 다음날이자 안식일이 시작되는 밤이었습니다.
몇 년 전 니고데모와 대화하던 그 젊은 청년은 십자가에서 그 육체가 무너졌습니다.
니고데모는 동료인 아리마대 요셉과 예수님의 시신을 닦고 있습니다.
사실 유대인 남자는 시신을 닦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부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여자들이 하던 일입니다.
그러나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던 니고데모는 부정해지는 것이 무서워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부정해지기를 각오하며 예수의 피를 뒤집어써가면서 직접 시신을 닦고 있는 그는… 이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더이상 바리새인이 아니었습니다.
율법을 어긴 부정한 사람이 될까 봐, 죄를 짓는 것이 두려워, 죄가 드러나게 될까 봐 도망치던 인생에서,
자신이 피를 뒤집어쓰고 부정해진다 하더라도 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옛사람은 어느덧 죽고 그는 새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성전이신 예수님이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면,
니고데모는 그날 그리스도의 피 앞에서 이미 성전으로 함께 세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렘브란트. 그리스도의 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