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서 25장 6~8절은
장차 하나님께서 ‘이 산’에서 모든 민족을 위해
기름진 것과 오래 저장하였던 맑은 포도주로 잔치를 베푸실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이 잔치는 일상의 기쁨을 아득히 넘어서는 충만한 기쁨의 잔치가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사망이 영원히 멸하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연회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모든 원수가 패배한 뒤에 열리게 될 최후 승리의 식탁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잔치는 보편적이지만 또한 동시에 제한적입니다.
애초에 이 잔치는 만민을 위해 열리는 것이기에 보편적이지만,
한편으론 오직 ‘이 산에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또한 제한적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나, 아무 곳에서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이 산으로 와야만 합니다.
이 산은 하나님께서 왕으로 다스리시는 자리, 시온입니다.
시온산에서 왕이 친히 차려주시는 영광의 연회입니다.

이 연회의 메뉴가 주목할 만합니다.
골수가 가득한 기름진 것과 오래 저장한 맑은 포도주입니다.
구약의 율법을 따르자면 ‘기름진 것’은 하나님께 드려지던 것들이기에 중요합니다.
기름에 푹 담가 구워낸 진설병도,
골수라는 표현처럼 지방이 두껍게 낀 내장과 고기도,
기름진 것이란 언제나 하나님께 드려지는 거룩한 재물이었습니다.
기름진 것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재물이라는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이 거룩한 제물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구별된 제사장들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제사장만이 속죄제의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제사장만이 진설병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사야서 25장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아주 놀라운 소식을 전합니다.
하나님께서 시온 산에 모인 ‘만민’에게 그 기름진 것과 생명의 양식을 아낌없이 내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대하시는 법적 신분이 변화했음을 선언하는 자리인 것입니다.
죄로 인해 휘장 밖에서 그 은혜에 감히 참여하지 못하던 우리를,
이제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세우셨다는 증표입니다.
기름진 것과 포도주의 실체는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셨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께서 손수 준비하신 식탁에 둘러앉아
그분의 생명을 나누어 먹는,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가족이자 제사장 나라의 일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연회, 아니,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이 영광으로 영광에 이르며 하나님을 대면하게 됩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혀 있는 모든 것이 제거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던 장막도,
우리의 마음속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도, 모두 사라집니다.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 말씀하시며 숨을 거두실 때,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졌습니다.
그 휘장은 곧 주님의 육체였습니다.
자신의 몸을 찢어 우리를 가로막던 죄의 담을 허무신 주님은,
이제 우리 눈을 가리고 있던 영적 무지의 비늘까지 벗겨주십니다.
사도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의 주님을 만났을 때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져 나갔던 것처럼,
우리 또한 이제는 수건을 벗은 얼굴로 하나님의 영광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보이지 않던 하나님의 사랑이 보이고,
고난 중에서도 나를 붙드시는 은혜가 보이며,
율법의 문자 속에 숨겨진 그리스도의 생명이 비로소 우리 눈에 선명히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면하면 은혜를 얻습니다.
이전에 우리가 사망 아래 있었고, 눈물 흘리고 있었고, 수치를 당하고 있었지만,
주님은 사망을 영원히 이기시고,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며, 백성의 수치를 천하에서 제하여 주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세상은 우리의 믿음을 조롱하고,
성경의 가르침을 구식이라 비웃으며,
복음을 전하려는 자를 박해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릴 위해 먼저 그 길을 가셨습니다.
우리 대신 심한 통곡과 눈물을 흘리셨고,
우리 대신 십자가의 부끄러움을 당하셨고,
우리 대신 사망을 이기셨습니다.
주님은 늘 우리를 삼키려 위협하던 사망을, 오히려 삼켜버리셨습니다.
부활은 주님께서 우리의 원수인 사망을 안에서부터 터뜨리고 나오신 대역전의 사건입니다.
그 승리의 결과로 주님은 우리의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며’ 백성의 ‘수치를 제하여’ 주시고 위로해 주십니다.
주님은 우리 눈에서 눈물을 닦아내기 위하여 그 모든 수치를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우리 삶에는 여전히 눈물 흘릴 일이 있고 부끄러운 순간들도 찾아오겠지만,
그러나 사망을 이기신 그 압도하는 사랑이, 그 크신 은혜가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그 모든 슬픔을 이겨내고, 모든 수치에도 개의치 않으며,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라가는 삶을 살아내게 될 것입니다.
오직 이 부활에 대한 소망만이 모든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우리를 시온 산 잔치에 참여하게 하실 것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그 생명이 우리의 기쁨이 되어, 눈물을 닦고, 슬픔을 덮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