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복종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별로 반가운 말이 아닙니다.
때로는 다른 이의 지시가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따라야 하는 것이 순종이고 복종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의견과 생각을 억누르고서라도 먼저 따라야 할 명령이란
대부분 나의 위치와 지위를 넘어서는 권위에서 하달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순종과 복종이란 단어를 들으면 흔히 상하 관계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사실 우리는 윗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려워합니다.
우리는 업무상 위력에 짓눌리지만 않는다면 내 생각과 다른 일을 할 이유가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종과 복종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달가운 단어가 아닙니다.
윗사람 대접을 받고 싶고, 아랫사람 대우를 받기 싫은 것이 사람의 본성일 것입니다.
위아래의 관계가 확실한 군인에게는 충성이라는 단어가 덕목일지 몰라도
꾸준한 훈련으로 단련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순종과 복종이라는 것은 번거롭고 까다롭고 귀찮은 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순종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순종은 지위와 권위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순종해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상대보다 더 낮은 직급과 지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서 열등감과 자괴감을 조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마음속 깊이 윗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존심이 깊이 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종이란 존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의 결론에 도달하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어야 순종하겠다는 의지가 자리 잡습니다.
그러나 사실 순종이란 상하 관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순종이란 우리의 진짜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에 충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께서 나를 부르신 자리에서 그 역할을 온전하게 감당하는 것이 순종입니다.
따라서 순종이란, 상하 관계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 역할에 충성하는 바른 순종입니다.
역할과 역할 사이의 관계를 질서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이 질서 또한 상하 관계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서 또한 역할 수행의 문제와 관련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을 월권이라고 합니다.
월권은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됩니다.
따라서 질서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직급상 상위 지위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직급상 아래 지위의 사람을 향하여 그 역할을 넘어서는 일을 하게 될 때
그것은 질서를 파괴하는 월권이 됩니다.
예를 들어 여직원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하는 것은 질서를 파괴하는 월권입니다.
그렇기에 질서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역할 사이의 올바른 순종에서 세워지는 것입니다.
순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주인이신 하나님이 맡기신 그 역할에 충성하는 것은 위아래를 떠난 문제가 됩니다.
성자 예수님이 성부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은 위아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는 질서 또한 위아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작은 일이라도 주께 하듯 해야 하는 이유를 안다면,
순종은 우리에게 천국을 경험하게 하는 반가운 단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