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0장에는 숱한 영웅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 사람들의 이름이 곧 민족의 이름이 되고, 땅의 이름이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니므롯의 경우와 같이 신들의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모세가 이 족보를 기록할 때는 그들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 때이지만,
우리는 훗날 창세기 10장에서 보았던 이름들을 이스라엘의 대적이나 강력한 제국의 이름으로 성경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전설로서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신화 속 인물이 있다면 바로 바벨의 시조 니므롯입니다.
니므롯에게서 유래한 신의 이름이 바로 바벨론 최고의 신 마르두크입니다.
이후 바벨론의 왕들은 마르두크의 화신이었기에 바벨론 왕은 므로닥발라단이나 에월므로닥처럼 이름에 마르두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벨론 신화는 인류 문화의 거의 대부분 신화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나안땅의 아세라, 바알 등도 바벨론 신화에 영향을 받은 신들입니다.
니므롯은 분명 창세기 10장에 나열된 영웅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영웅인지라 성경은 이 니므롯을 첫 용사라고 부릅니다.
이는 세계를 새로운 세상으로 도약시킨 으뜸가는 용사라는 뜻입니다.
니므롯은 나라를 세웠습니다.
바벨론은 도시 국가 정도가 아니라 성과 성을 다스리는 최초의 진정한 도시 연합의  국가입니다.
바벨에서 니느웨와 레센까지 니므롯이 통치하는 대도시만 8개입니다.
영웅들의 나라, 영웅들의 땅, 영웅들의 문화, 영웅들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후대에 등장하는 나라들조차 바벨이란 이름을 계승하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바벨론이 바벨탑을 통해 드러낸 영웅주의 정신이란, 이름을 내는 것입니다(창11:4).
이름을 짓는 것입니다. 이름에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아담을 만드시고 이름을 지으셨듯, 아담이 동물들의 이름을 짓고 다스렸듯,
스스로의 이름을 짓는 것은 내 인생의 주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말합니다.
하나님이 주인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이는 하나님을 주인의 자리에서 밀어내는 반역입니다.
영웅주의의 실체는 하나님께 대한 반역입니다.
성경이 신약에서조차 영웅주의 세상을 가리켜 바벨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영웅들을 언급하며 민족들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창세기 10장에는 당연히 이스라엘의 조상들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성경은 이스라엘을 가리켜 에벨의 자손이라고 부릅니다(창10:21).
샘에 대하여 설명할 때조차 에벨 자손의 조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벨은 창세기 10장에서 앞서 등장한 영웅들의 이름에 비하면 초라한 이름에 가깝습니다.
아브라함이나 야곱 곧 이스라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실 에벨을 이 민족의 뿌리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흔히 이스라엘을 가리켜 히브리 민족이라고 부르는데 히브리라는 말이 바로 에벨에서 왔습니다.
건너온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성경에서 히브리 사람이라고 불려진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아브라함이었습니다(창14:13).
아브라함은 바벨론 땅에서 나와 가나안땅으로 건너온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애굽기에서도 이 민족을 이스라엘 민족이라고 부르기보단 히브리 민족이라고 불렀습니다.
성경이 이스라엘을 에벨의 자손이라고 소개하며 히브리 민족으로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애굽의 입장에선 히브리 민족이 건너온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불러내어 약속하신 땅으로 건너가게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에벨의 이름에서부터,
이 민족을 바벨론에서, 이집트에서, 영웅주의의 땅에서 불러내 약속하신 땅으로 건너 들어가게 하실 것임을 미리 선언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정체성은 뛰어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약속의 땅, 안식의 땅으로 건너가게 하신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바울도 자신의 정체성을 히브리인이라고 합니다(빌3:5).
우리의 정체성도 히브리인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영웅주의 세상에서 탈출하여 하나님이 약속하신 안식의 땅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