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아브람은 하나님 나라의 결국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람의 믿음을 의로 여겨주셨습니다.
사실 하나님의 약속이 기약 없이 늦어지는 가운데에 결국 기대를 한풀 접어두었던 아브람이었지만,
아주 먼 훗날 ‘아브람의 자손’으로 말미암아 ‘그’의 의로 반짝반짝 빛나게 될 사람들의 나라를 당겨 보게 되자
성령이 주시는 믿음이 아브람의 마음에 기대감을 충만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의 마음속에서 기대가 살아나게 되자 한편으론 해답을 얻지 못한 마음속의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믿음을 의로 여겨주셨다’는 성경의 평가가 무색할 만큼 아브람은 하나님께 ‘무엇으로 그 약속을 알 수 있느냐’며 도발적인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의심의 모습과 믿음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대체 아브람은 하나님을 믿은 것일까요? 의심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분명 아브람의 이러한 질문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정직한 질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이런 질문을 꺼내도 괜찮다는 인격적 신뢰가 있기에 솔직한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의 마음속 깊은 곳의 질문을 아셔도, 책망하시거나 묵살하시거나 침묵하시거나 징계하시지 않으시고
자상히 받아주실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이 모든 의혹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시리라는 것을, 그의 신실하심을 믿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면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브람이 꺼내놓은 의혹은 그간 아브람의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 그의 행보에 발목을 잡았던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결정의 순간마다 머뭇거리게 했던 질문을 아브람은 하나님께 담대히 묻습니다.
믿음이 아브람의 마음을 활짝 열어준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해 방어기제를 보여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믿음이 건강한 의심을 수면 위에 떠 오르게 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답변 앞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각오와 준비가 끝났음을 선언하며,
마음속 깊이 그간 갈등했던 마음의 뚜껑을 열고 문제를 오픈하게 합니다. 

아브람은 질문은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그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을 갖게 할 담보로서의 약조를 요구함이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짐승들을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어떤 짐승을 가져올 것인지는 하나님이 고르셨습니다.
아브람은 그 짐승들을 쪼개어 마주 보게 놓았습니다.
이것은 고대의 맹세입니다.
맹세를 하는 두 사람이 쪼갠 고기 사이에서 언약하는 것은, 맹세의 책임을 서로에게 다짐하는 것입니다.
맹세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잘못을 범한 사람을 이 짐승처럼 쪼개어 버린다는 생명을 건 약속의 체결입니다. 

그렇기에 곧 하나님과 함께 언약의 완성을 체결할 순간을 기다리는 아브람의 마음은 이전과는 또 다른 두려움이었습니다.
다른 이와의 맹세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맹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 앞에서 자신이 잘못이나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이 짐승들처럼 쪼개지게 될 것이라는 염려 앞에서
그의 긴장은 두려움을 넘어서는 공포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죽음과 같이 깊은 공포의 흑암에 짓눌려 아브람은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립니다. 

세 번째 밤이 이르러 드디어 하나님은 타는 횃불과 연기로 임재하셨습니다.
먼 훗날 이스라엘을 이끌어줄 구름 기둥과 불기둥처럼,
시내산을 가득 덮은 타는 불과 연기처럼,
하나님의 영광은 횃불과 연기로  강림하셨습니다.
생명을 건 맹세가 완성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쪼갠 고기 사이는 하나님만이 홀로 지나가셨습니다.
정작 아브람은 쪼갠 고기 사이에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하나님만 쪼갠 고기 사이를 지나가신 것도 충격이지만,
아브람이 쪼갠 고기 밖에 서 있는 것이 더 충격적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의 몫까지 책임지시기로 하신 것입니다.
쪼갠 고기 사이의 횃불을 바라보는 아브람은 그 순간 모든 공포와 염려와 의혹과 의심의 족쇄에서 완벽하게 해방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책임지시겠다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보증은 없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정직한 질문을 하게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숨겨야 할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께 정직한 심령을 아뢰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희생을 떠올리게 하십니다.
우리 대신 쪼개진 그분 앞에서 우리는 인생의 모든 공포와 염려와 의심의 족쇄를 벗어버리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을 홀로 책임지시는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