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은 언제나처럼 성문에 앉아 있었습니다.
롯이 아브라함을 떠나 소돔 성에 정착한 지도 어언 1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소돔 성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소돔 성에서 이제는 꽤 유력한 사람이 되어 성문의 재판관 자리에 앉아 소돔 성의 거래 등을 살펴보는 롯이었지만,
소돔 성 사람들에게 롯은 그저 자신들과는 다른 별종일 뿐이었습니다.
그날도 해 질 무렵까지 사람들과 힘겨운 실랑이를 끝내고 하루 일과를 마치려던 롯의 눈앞에 두 명의 나그네가 보였습니다.
롯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소돔 성과 평소 거래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아닌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뜨내기 나그네에게 소돔 성은 하룻밤 유숙할 만한 곳이 분명 아니었습니다.
롯은 서둘러 성문 의자에서 내려와 두 명의 나그네를 영접했습니다.
소돔 성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들을 숨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롯은 자신의 집으로 두 나그네를 초대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눈치도 없이 롯의 호의를 거절합니다.
그들은 겁도 없이 거리에서 밤을 새우겠다고 말합니다.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좋은 2021년의 한국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겐 이 말이 얼마나 깜짝 놀랄만한 말인지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롯이 듣기에 두 사람의 거절은 정신 나간 소리로 들렸음이 분명합니다.
롯은 두 사람을 등 떠밀어 간청하여 집으로 초대합니다.
롯은 억지로 끌고 온 손님들에게 무교병을 대접합니다.
누룩으로 부풀린 음식을 요리할 시간도 없이 얼른 식사를 끝내고 소등할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소돔 성을 심판하고, 의인을 악인과 함께 멸하지 않도록 구출할 목적으로 온 천사들이었지만, 롯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습니다.
자신을 지키려고 온 천사들을 지키기 위해 롯은 분주합니다.

그러나 이미 롯의 집은 소돔 성 사람들에게 포위당해 버렸습니다.
소돔 성 사람들은 외지인들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요구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동성애적 쾌락입니다.
젊은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소돔 끝에 사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롯의 집에 몰려왔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족들을 진정시키며 롯은 사람들에게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뒤로 문을 닫습니다.
문을 등지고 선 롯에겐 색욕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을 진정시킬 뾰족한 묘책이 없습니다.
그저 몸으로 문을 지켜 버텨낼 심산뿐입니다.
롯이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두 딸을 내주겠다’라고 약속을 해보지만, 순순히 돌아설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고작 출구책으로 생각해낸 것은 정의가 아닌 차악일 뿐이었습니다.
이왕 벌어진 일, 그들은 오늘 밤 끝까지 갈 데까지 가려는 각오였습니다.
이 문만 부수면 롯도 두딸도 외지인들도 모두 노리갯감이 될 것인데 그들이 롯의 말을 듣고 차악에서 만족할 리 없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날 밤 롯의 처지와 같아 보입니다.
세상의 불의한 요구는 무섭게 압박해 들어오고 그 앞에서 우리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발만 구르며 하나님께 부르짖을 뿐입니다.

그때 천사들이 나섭니다.
작정된 심판을 행하고 예정된 구출 작전을 위하여 천사들은 먼저 색욕에 눈먼 사람들의 눈을 쳐 멀게 합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와중에도 문을 찾아 더듬거리는 그들의 집념 사이에서 천사들은 롯을 구출합니다.
문 안으로 롯을 잡아끌어 문 뒤에 서게 합니다.
지키려고 온 자들을 지키려던 롯을 하나님이 지키셨습니다.
비록 롯에게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지킬 힘이 없었지만,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에 문을 지켜 섰던 롯을 하나님은 지키셨습니다.
그리고 문 뒤에 서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의의 나라를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는 우리 또한 문 뒤에 서게 하실 것입니다.
요한복음 10장 7절에서 예수님은 “나는 양의 문”이라고 하시며 우리의 문이 되어주러 오셨다고 밝히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문이 되어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그 뒤에 서게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