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 성의 멸망이 코 앞인데 롯의 사위들은 롯의 경고를 무시합니다.
그들은 롯의 말을 농담으로 여깁니다.
원어를 살펴보면 농담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웃는다는 뜻의 강한 강조형 어휘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위들은 단순히 롯을 비웃은 정도가 아니라 롯을 조롱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의 심판은 사람들에겐 그저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들이 하나님의 존재와 그 정의로운 눈길을 인정하고 의식했다면 이러한 삶도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죄인이 죄를 범하는 것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던 그 날은 도적같이 갑자기 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롯은 소돔 성에서 아무도 구하지 못한 채 소돔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사들이 재촉하며 롯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돔 탈출은 시작되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천사의 당부대로 롯 일행은 소돔을 떠나 걷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레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롯과 가족들은 아무것도 챙길 수 없었습니다.
당시엔 화폐 문화가 발달한 것도 아니었고,
재산이라고 하면 대부분 소와 양이나, 무겁고 부피가 큰 금덩이, 은덩이 등의 은금 패물들이었을 테니
그 짧은 시간에 귀중품을 챙겨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중에 다시 돌아와 재산을 수습하는 것뿐이었을 겁니다.
소돔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심판이 임할 것인지 알 겨를이 없었습니다.
물난리가 날 것인지, 전염병이 돌게 될 것인지, 10여 년 전처럼 도적 떼가 급습할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모든 소동이 다 지나가고 나면 나중에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몸만 빠져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돔의 심판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것을 아무것도 수습하지 못하게 비가역적으로 파괴하는 심판이었습니다.
천사들이 제안한 산이 아닌 다른 도피처로 허락받은 소알 성에 그들이 도착했을 때,
바로 그 순간 해가 떠오르며 소돔을 향한 하나님의 폭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근처에 화산이라도 폭발한 듯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소돔의 모든 것은 부서지고 불타고 녹아내렸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무것도 건져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간살이의 아쉬움에 롯의 아내는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롯의 아내는 그대로 소금 기둥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이 이미 버리신 것을 여전히 사랑했던 롯의 아내는,
몸은 소돔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진 그 미련과 아쉬움으로 인하여 여전히 소돔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과 동일한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롯의 아내는 소돔을 떠났지만, 사실 떠나지 못한 것입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 이야기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기시감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들도 롯처럼 약속의 땅 앞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족을 잃었습니다.
애굽을 떠났지만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광야의 노정에서 불 뱀에 물려 죽거나, 땅이 갈라져 죽거나, 그렇게 소금 기둥처럼 광야에 묻혔습니다.
애굽의 삶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약속의 땅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떠났으나 떠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은 떠나지 않은 사람들과 같았습니다.

마음의 고개는 조금 더 비중 있는 곳으로 향해 돌아갑니다.
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이 롯의 아내에게 농담처럼 가볍고 우스웠던 것은,
상대적으로 두고 온 것들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더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두고 온 것들이 아닌, 하나님께서 버리신 것들이 아닌,
주께서 예비하신 은혜의 크기가 더 무거워질 때
우리는 마음을 지키고 고개를 주의 명령에 고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