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간에게 계시를 주셨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그 하나님이 인간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성경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여러 책들이 모음입니다.
구약이 39권, 신약이 27권으로서 총 66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장르도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책마다 다양한 장르로 기록되었습니다.
성경을 역사서, 선지서, 시가서, 지혜서, 복음서, 서신서 등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성경에 사용된 문예적 장르를 크게 구별해보자면 형식상 설화체, 강화체, 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는 역사와 개인사의 사건들을 이야기식으로 소개하며 마치 드라마와 같이 스토리 전개가 중심인 설화체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지서의 일부와 시편처럼 스토리보단 이미지의 전달을 목적으로 운율과 상징을 중심으로 하는 글도 있습니다.
또한  서신서와 같이 때로는 논리적으로 복음과 진리를 변증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를 강화체라고 합니다.
성경에는 이렇듯 복음과 진리를 정돈된 말로 설명하는 강화체도 있습니만,
분량상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설화체와 시 입니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강화체 본문들은 대부분 설화체의 본문들에 의존하여 있습니다.
창세기나 출애굽기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서는, 그리고 사복음서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서는,
바울과 베드로의 서신들을 읽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을,
네러티브와 스토리 즉 이야기로써 계시하신 것일까요?
가끔은 하나님께서 왜 복음과 진리를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시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처럼,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한 조직신학 책처럼 기록하셨다면 더 효율적이고 분명하고 선명하지 않았을까요?
성경의 해석에서 붉어지는 오해와 곡해의 현상도 훨씬 줄어들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도 왜 하나님은 설명서가 아닌 드라마 처럼 계시를 기록하신 것일까요?

요즘 한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이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 이야기에는 힘이 있습니다.
인문학적인 분야에서 천재들은 예전엔 흔히 소설을 썼고, 현시대엔 흔히 영화와 드라마를 찍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몇마디 말과 대사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미지화하고 상징화하여 이야기라는 형식을 그릇 삼아 심상을 담아놓습니다.
화면의 구도와 미장센에서, 소품과 오브제에서, 이야기 전개의 플롯 순서를 설정함으로써 감독의 의도와 의미가 전달됩니다.
그것은 몇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함께 전해주게 됩니다.
사실 러닝타임이 한시간 이상되는 영화라도, 설명하기로 한다면 몇줄 안되는 시놉시스와 기획 의도로 요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라는 매체에는 몇줄짜리 시놉시스로는 결코 전달할 수 없는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정서입니다. 감동입니다. 마음입니다.
정말 고결하고 가치있는 것들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고 하여 그 뜻을 정말 ‘알’ 수 있을까요?
그 단어에 흐르는 정서와 감정과 온도와 뭉클함을 알 수 있을까요?
인간의 유한한 언어가 무한한 세계의 아름다움을 과연 묘사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전달하고자 의도하는 내용이 지식이 아니라 체험이 되게 하고 경험이 되게 하여 인생을 바꾸고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천재들이 선택하는 매체가 드라마로서의 소설과 영화인 것입니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정서를 경험하게 하고 마음을 체험하게 하고 감동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흔히 문예적 형식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그릇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경의 저자이신 하나님의 의도는 계시의 전달 그릇인 드라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목적이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마음이 전달되길 원하십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안에 있는 계획을, 사랑을, 마음을, 정서를, 우리에게 감동으로 전달하셔서,
우리로 그 하나님의 선하심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하나님의 마음에 감동하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신뢰하게 하십니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그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상황과 정황을 깊게 연구하고 본문의 의미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담아주신 드라마를 해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에 푹 빠져서 보아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향해 칼을 들어 올릴 때의 그 마음이 우리에게 전해질 때,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