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거라사인의 땅으로 출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날도 말씀을 가르치시고 병을 고치시느라 모든 힘을 쏟으신 후 기진맥진하셨습니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목적지로 삼으신 갈릴리 남쪽 거라사까지는 30km 떨어져 있는 곳이라
6시간 가까이 걸어서 이동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일행들은 이동과 휴식을 함께 하기 위해 배를 탔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탄 작은 배가 앞서 출발하자 나머지 사람들이 탄 배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바다라고 불릴 만큼 넓은 크기의 호수이지만,
사실 갈릴리는 흐르는 요단강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요단강 상류에 위치한 해발 2,800미터의 헬몬산에서 차가워진 공기가
요단강 골짜기를 따라 갈릴리 호수까지 떨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바람과 물결을 탄 배는 노 젓는 사람 없이도 밤새 떠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깊은 밤, 갈릴리 바다 한 가운데서 제자들은 지진을 만난 것 같은 큰 충격에 잠에서 깼습니다.
제자들이 눈을 뜨자 난리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갈릴리 바다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헬몬산의 기상 상태에 따라 차가워진 대기가 눈사태처럼 갈릴리로 단번에 쏟아져 내리는 순간들이 가끔 있는데,
그들은 지금 이런 광풍이 내리치는 순간을 만난 것입니다.
말 그대로 미친 바람이라 할만했습니다.
파도는 작은 배들을 높이 들어 올려 순식간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때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물 때문에 배는 곧 가라앉을 지경이었습니다.
제자들 중 대다수는 갈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숙련된 어부들이었지만,
그런 제자들조차 죽음을 예감하고 공포에 잔뜩 질렸습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예수님이 들어왔습니다.
예수님은 이 난리 통에 아직도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배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상황이지만 예수님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이에 제자들은 저마다 소리를 지르며 예수님을 깨웠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병자들을 고치시고 죽은 자도 살리시는 기적을 보아왔지만,
이건 병자들을 치유해 주시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자연의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제자들이 흔들어 깨우자 그제야 슬로우모션처럼 일어나 바람과 파도를 꾸짖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다가 스위치를 끈 듯 일시에 잠잠해졌습니다.
바람이 잦아들고 파도가 누그러들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 것이 아닙니다.
성경의 표현대로 하면 예수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미완료형) 광풍은 사라져 버렸습니다(완료형).
단숨에 갈릴리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어두운 밤바다가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이제 죽음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 아니라,
죄인이 하나님을 대면했을 때의 두려움으로 예수님을 봅니다.
바다를 잠잠하게 하신 기적은 예수님이 자연 현상보다 크시고 강한 분이심을 알려주기 위한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이 기적은 예수님이야말로 천지 만물을 통치하시는 하나님 바로 그분이심을 알려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예수님이 가시는 길을 막아설 수 없습니다.
그 어떤 파도도, 그 어떤 광풍도, 감히 예수님께 대적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과 함께한다면 그곳이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그 무엇도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를 위협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 우리의 실존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안전해야 하지만…
예수님과 함께 하고 있는데도 제자들은 광풍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광풍이 올 것을 미처 모르고 계셨을까요?
아니요, 그분은 하나님이시기에 모르실 리 없었습니다.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아셨을 겁니다.
그러나 그분은 개의치 않고 출발하셨습니다.
광풍을 만나 배가 가라앉을 상황 속에서도 예수님은 개의치 않고 주무셨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겪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주님이 함께하시는데도 광풍을 만나고 풍랑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인생에 몰아치는 광풍과 환란의 파도들을 막아주시지 않으신다는 것을 제자들처럼 우리도 경험하게 됩니다.
마치 주님이 주무시는 것처럼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절망하고 원망하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은 그 폭풍 속에서 제자들과 함께하셨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인생의 광풍을 만날 때 우리를 결코 혼자 두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풍랑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사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 앞에서 폭풍 같은 주님의 진노와 심판의 광풍을 오롯이 맞아야 할 우리였지만,
우리 주 예수님은 우리 대신 생명이신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으시고,
그의 영광과 사랑과 생명에서 단절당하셨습니다.
즉 우릴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의 사랑은 우리가 당해야 할 폭풍 속에 자신을 던져 넣으신 사랑이었습니다.
죄악으로 인한 인생의 비참함은 우리에게 여전하겠지만
주님은 그 가운데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예수 믿으세요.
우리 주님은 폭풍 속에 함께 계신 주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