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갑니까?”
떨기나무 앞에서 신발을 벗고 떨고 있던 모세가 하나님께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겸손이나 원망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음을 확인하는 사실 관계 확인의 질문이었습니다.
40년 전,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의 구원 계획은 오히려 동족에게 거절당했습니다.
자격이란 스스로 나선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모세는 방금 하나님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구원자로서의 의무와 책임, 권리까지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구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은 자격을 묻는 모세에게 자격증을 만들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단 한마디로 답하셨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방식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내가 하겠다”라고 선언하시면서 동시에 “네가 가라”라고 명령하십니다.
이 두 명령은 서로 충돌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순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겠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일하시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곧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함께함의 신비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겠다며 모세에게 주신 증거는 더욱 신비롭습니다.
하나님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증거로 제시하셨습니다.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후에 이 산에서 하나님을 섬기게 될 것이다.”
시내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그것이 모세에게 확실한 신뢰의 증거가 된다는 것일까요?
이 증거는 단순히 모세 개인을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이 어떻게 죄 많은 백성들과 함께하실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이 해답 없이는 그 누구도 하나님과 함께할 수 없습니다.
모세뿐 아니라 아브라함, 이삭, 야곱도 모두 이 문제에 빚져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소명이 의심이 되고 사명이 지쳐갈 때, 그 길을 지탱할 힘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훗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그들은 하나님을 떠나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을 숭배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런 백성들을 진멸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거룩한 분이 죄인들과 함께하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모세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셨던 언약을 상기시키며 기도합니다.
이에 하나님은 백성들을 진멸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그들과 함께하시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신다면 죄인들의 결국은 진멸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약속의 땅까지 알아서 가라고 그들을 떠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모세는 떨기나무 앞에서 약속하신 하나님의 언약을 다시 기도합니다.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룩한 분이 죄인들과 함께하실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십니다.
하나님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떨기나무 앞에서 모세에게 약속을 주시고 증거를 기다리게 하신 것었습니다.
어떻게 그동안 이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같은 죄인들이 하나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비밀을 풀어주심으로써,
하나님이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의 신실성을 증거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죄인들과 함께 하시는 비결은 바로 가려주심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대면하면 누구도 살 수 없기에,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모세를 반석 사이에 두고 손으로 덮어주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거룩하신 하나님이 죄인들과 함께하시는 방법입니다.
모세를 손으로 덮어 보호해 주신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하나님은 성막으로 당신의 공의로운 진노가 백성들에게 쏟아지지 않도록 덮어주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시내산을 불태우며 임재하시는 대신,
성막 위에 임재하시며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하십니다.
성막을 통해 백성들과 함께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완성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요 1:14)에서 ‘거하다’는 헬라어는 ‘천막을 치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한 진정한 성막이 되어주신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성전의 휘장이 찢어진 순간, 지성소와 성소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보혈의 피를 통해 우리의 허물과 죄악을 가려주심으로써
거룩하신 하나님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임마누엘의 약속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모세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증거란,
결국 그리스도 예수로 말미암아 세워지는 교회를 통해 경험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혹시 지금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지, 정말 나와 함께하시는지 의심되십니까?
그렇다면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당신 곁에서 함께 기도해 주는 사람,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
때로는 따뜻한 미소로 위로해 주는 사람들,
교회가 바로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하신다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예수 믿으세요.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통해 일하십니다.
누군가가 “하나님이 정말 나와 함께 하실까?” 의심할 때,
하나님은 바로 교회 된 우리를 보내어 형제를 도우시고, 당신의 사랑을 증거 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