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의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는 일에 모세를 세우셨습니다.
하나님은 동역자 아론을 시내산으로 부르시고,
모세는 먼저 미디안으로 돌아가 이드로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가족들과 함께 애굽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아직 아론을 만나기로 한 시내산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길의 숙소에서 여호와께서 갑자기 모세를 죽이려 하신 것입니다.
대체 왜일까요?
이곳에서 모세가 죽어버리면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려던 하나님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하나님은 정말로 모세를 죽이려 하신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독촉의 협박이었을 뿐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모세가 아들에게 할례를 주지 않았거나 개인적 불순종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성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 죽이겠다고 선언하셨던 대상은 사실 전혀 다른 이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내 아들을 보내지 않으면 네 아들을 죽이겠다”고 바로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원래 죽이려 하셨던 대상은 바로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의 아들을 죽이시겠다고 하신 하나님께서 정작 바로의 아들이 아닌 모세를 죽이려고 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의 아들과 모세 사이에는 본질적 으로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 모든 인간은 “본질상 진노의 자녀요, 사망의 삯을 받아야 할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모세를 죽이려 하신 것은 모세 개인의 어느 특별한 죄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모든 인간의 보편적 상태가 어떠한지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모세와 같은 이도 정의로우신 하나님 앞에서 그저 죽임당해야 할 죄인에 불과했다면,
그 누가 하나님 앞에서 생명을 부지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 의로울 수 없습니다.
이로써 하나님께서 그 동안 모세를 참아주신 것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해 주시려는 것도,
결코 그들의 의로움 때문이 아님을 깨닫게 하십니다.
그렇기에 ‘하나님께서 왜 하필 지금 모세를 죽이려 하시는가?’ 하는 질문은,
죄인들에게 반드시 죗값을 갚게 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모세는 어떻게 그 동안 죽임당하지 않을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왜 그 동안 본질상 진노의 자녀에 불과한 모세를 참아주셨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어야 우리는 출애굽 미션을 수행하기에 앞서
하나님이 모세를 죽이려 하셨던 참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모세를 죽이려 하실 때,
모세의 아내 십바라는 급히 아들의 포피를 베어 할례를 주고
그 포피를 모세의 발에 대며 “피 남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모세를 놓아주셨습니다.
십보라의 기지로 하나님의 계획이 좌절된 것일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신 분이 십보라에게 저지당할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오직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죽일 생각이셨지만,
죽일 작정은 아니셨다”는 것입니다.
죄인들을 심판하시려는 하나님의 공의는 진짜였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기에 죄인들은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죄에 대한 진노로 반드시 죽이려는 작정을 실행하시면서도 모세를 살리셨습니다.
그것은 모세 대신 다른 존재를 죽이기로 작정하셨기 때문입니다.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고 부른 사건은 바로 이 진리를 보여줍니다.
피남편이란 “피로 이루어진 연합 관계”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혼 제도의 깊은 신비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징표인 할례는 남성만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들이 할례받지 못한 이방인처럼 하나님의 백성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한 몸이므로,
여성은 남편의 할례에 연합하여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됩니다.
연합으로써 다른 이의 피흘림에 참여하게 되는 이러한 언약적 관계가 바로
할례 안에 숨겨진 대속의 비밀입니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궁극적 진리는 무엇일까요?
하나님은 정말로 죄인을 죽이려 하셨고, 또한 실제로 죽이셨다는 것입니다.
다만 모세나 우리가 아닌 다른 이를 죽이시고 그 피에 연합하게 하심으로
대속의 피흘림에 참여하게 하여 살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애굽으로 출발하라며 ”네 생명을 찾던 자들이 다 죽었다”고 하셨던 말씀은
모세의 목숨을 노리시던 하나님이 죽으셔야 이뤄지는 일입니다.
죄인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공의가 살아있는 한 모세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신 그분이 죽임당하기로 하신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세를 죽이려 하셨다’는 표현은
‘하나님이신 예수께서 죽임 당해서라도 널 사랑하노라”는 비장함이 담긴 하나님의 사랑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피 남편 사건은 십자가 복음의 완벽한 예표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은 모두가 진심이고, 그 모든 것은 십자가에서 함께 성취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신랑이 되셔서 자신의 피로 우리를 구원하셨고,
우리는 그분의 대속적 죽음에 연합하여 구원받은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참된 그리스도인은 사업이 망할까 봐, 건강을 잃을까 봐,
사망의 벌이 무서워 순종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예수 믿으세요.
주님은 우리를 ‘죽임 당할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순종하게 하시려고 협박하시는 대신,
아들을 내어주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의 연합 때문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실 겁니다.